[취재수첩] 중도상환수수료 못내리는 은행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박신영 금융부 기자 nyusos@hankyung.com
“당국이 수수료를 얼마 내려야 할지 알려주면 오히려 편할 텐데 알아서 정하라고 하니 난감하기 짝이 없습니다.”
16일 만난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은 이렇게 말했다. 금융당국이 중도상환수수료율 인하와 관련한 의사결정을 은행 자율에 맡기자 고민이 생겼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은행 금리나 수수료는 금융당국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왔다는 게 알 만한 사람은 아는 비밀이다. 그런데 금융당국은 중도상환수수료율 조정을 은행 자율에 맡겼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 적용을 더욱 엄중히 하고 있어서다. 중도상환수수료율도 일종의 ‘가격’이기 때문에 은행들이 자율적인 경쟁을 통해 이를 결정해야 한다는 게 공정위 의견이다. 만일 금융당국이 인하폭을 정한다면 정부가 은행들의 담합을 주도한 셈이 된다.
하지만 은행들도 자율적으로 수수료율을 결정하는 게 익숙하지 않은 분위기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당국이 가격을 제시하지 않으면 다른 은행들의 눈치를 살펴가며 금리와 수수료를 결정해 왔다”며 “공정위는 최근 가격과 관련해 경쟁 은행과 전화나 이메일을 주고받는 것도 담합의 증거로 보고 있어 그마저도 못하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은행 눈치를 살피느라 중도상환수수료율 인하 시점도 계속 늦어지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전문가들은 국내 은행들이 얼마나 시장경제 논리와 동떨어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개별 금융회사의 경영 방침에 따라 금리와 수수료 등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당국과 다른 은행들의 눈치를 살펴가며 가격을 정하고 금융상품을 팔아왔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은행들이 지금까지 결정한 것은 비교적 규모가 작은 개인 신용대출에 대한 중도상환수수료율을 상당폭 낮추겠다는 것밖에 없다. 여기에 따르는 인하율도 산출 근거를 제대로 만들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미국과 영국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해 국내 은행의 중도상환수수료율이 충분히 낮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은행들은 금융당국 눈치를 살피느라 이런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있다. 모처럼 찾아온 수수료율 자율 결정 기회를 은행들 스스로가 저버리고 있다는 느낌을 피할 수 없다.
박신영 금융부 기자 nyusos@hankyung.com
16일 만난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은 이렇게 말했다. 금융당국이 중도상환수수료율 인하와 관련한 의사결정을 은행 자율에 맡기자 고민이 생겼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은행 금리나 수수료는 금융당국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왔다는 게 알 만한 사람은 아는 비밀이다. 그런데 금융당국은 중도상환수수료율 조정을 은행 자율에 맡겼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 적용을 더욱 엄중히 하고 있어서다. 중도상환수수료율도 일종의 ‘가격’이기 때문에 은행들이 자율적인 경쟁을 통해 이를 결정해야 한다는 게 공정위 의견이다. 만일 금융당국이 인하폭을 정한다면 정부가 은행들의 담합을 주도한 셈이 된다.
하지만 은행들도 자율적으로 수수료율을 결정하는 게 익숙하지 않은 분위기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당국이 가격을 제시하지 않으면 다른 은행들의 눈치를 살펴가며 금리와 수수료를 결정해 왔다”며 “공정위는 최근 가격과 관련해 경쟁 은행과 전화나 이메일을 주고받는 것도 담합의 증거로 보고 있어 그마저도 못하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은행 눈치를 살피느라 중도상환수수료율 인하 시점도 계속 늦어지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전문가들은 국내 은행들이 얼마나 시장경제 논리와 동떨어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개별 금융회사의 경영 방침에 따라 금리와 수수료 등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당국과 다른 은행들의 눈치를 살펴가며 가격을 정하고 금융상품을 팔아왔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은행들이 지금까지 결정한 것은 비교적 규모가 작은 개인 신용대출에 대한 중도상환수수료율을 상당폭 낮추겠다는 것밖에 없다. 여기에 따르는 인하율도 산출 근거를 제대로 만들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미국과 영국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해 국내 은행의 중도상환수수료율이 충분히 낮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은행들은 금융당국 눈치를 살피느라 이런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있다. 모처럼 찾아온 수수료율 자율 결정 기회를 은행들 스스로가 저버리고 있다는 느낌을 피할 수 없다.
박신영 금융부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