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 혜택 내건 두바이·카타르…해외 명문大·인재들 몰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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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산업이 더 위기다 (5)·끝 인재투자 결실 보는 두바이와 카타르
두바이 날리지빌리지·카타르 에듀케이션시티 가보니…
"석유만으론 못 살아"…교육특구에 대대적 투자
영리법인·본국송금 허용 등 투자유치 걸림돌 제거
산업 클러스터와 연계…인턴부터 취업까지 한번에
두바이 날리지빌리지·카타르 에듀케이션시티 가보니…
"석유만으론 못 살아"…교육특구에 대대적 투자
영리법인·본국송금 허용 등 투자유치 걸림돌 제거
산업 클러스터와 연계…인턴부터 취업까지 한번에
최윤석 씨(22)는 3년 전 대학 진학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용인외고 해외유학반이었던 그는 미국 조지타운대 경제학과와 조지타운대 카타르 캠퍼스 경제학과에 동시 합격했다. 고심 끝 선택은 카타르 캠퍼스였다. 최씨는 “미국 조지타운대와 교과 과정, 교수진 등이 비슷하고 졸업장도 똑같은데 학자금 지원 혜택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었다”며 “지금 생각해도 카타르 캠퍼스를 선택하길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조지타운대 카타르 캠퍼스가 있는 곳은 도시국가 카타르의 수도 도하 외곽 ‘에듀케이션 시티’다. 카타르 정부가 전 세계 유수 대학의 학부 7곳을 유치해 2003년 만든 ‘대학 특구’다. 학생 선발 방식과 교수진, 학위 취득, 교육과정 등은 본교와 비슷하다. 학생들은 미국과 유럽, 아프리카 등 전 세계에서 유학 온다.
교수진의 80%는 본교에서 온다. 카타르 정부는 이들에게 본교 월급의 30%를 더 얹어 준다. 샤이다 손드 조지타운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우수한 교수진을 보유하고 있으며 학사 운영 등에 관한 권한을 카타르 캠퍼스가 갖고 있다”며 “여러 가지 측면에서 카타르 캠퍼스가 본교 못지 않다”고 말했다.
카타르 왕후 “교육만이 살 길”
카타르 에듀케이션 시티의 성공 뒤에는 든든한 후원자인 왕가가 있다. 에듀케이션 시티 운영 주체는 비영리교육단체인 ‘카타르 재단’이다. 이곳 이사장은 세이카 모자 빈트 나세르 왕후(55)다. 모자 왕후는 ‘중동의 힐러리’로 불릴 만큼 왕성한 대외활동을 하는 인사로 유명하다. 셰이크 하미드 빈 칼리파 알 타니 국왕의 두 번째 부인인 그는 카타르의 교육 개혁을 이끌고 있다. 모자 왕후가 가장 중점을 두는 분야는 고급 인재 양성으로, 해외 명문대 유치에 집중하고 있다.
모자 왕후가 발 벗고 뛴 덕분에 에듀케이션 시티에선 카네기멜론대 컴퓨터공학, 코넬대 의학, 텍사스A&M대 공학, 버지니아커먼웰스대 디자인학 등을 공부할 수 있다. 코넬대 캠퍼스는 코넬대가 미국 바깥에서 유일하게 의사 학위를 주는 곳이다. 에듀케이션 시티의 맞은 편엔 ‘카타르 과학기술단지’가 있다. 이곳엔 글로벌 기업의 연구개발(R&D) 센터가 들어올 예정이다.
두바이 명문대 유치 경쟁
이 같은 대학 특구는 인근 도시국가 두바이에도 있다. 에듀케이션 시티보다 6개월 먼저 문을 연 ‘날리지 빌리지’다. 날리지 빌리지는 미국과 유럽 등의 전통 명문대를 유치해 종합대학을 만든다는 아이디어를 처음으로 냈다. 이를 듣고 카타르도 대학특구 사업에 나섰다.
두바이가 교육에 투자하게 된 이유도 비슷하다. ‘오일머니’로 단숨에 강소국 대열에 올라섰지만 자원이 고갈되고 난 뒤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고민이 컸다. 석유로 오일 달러를 벌기 전 빈곤한 시기로 되돌아가지 않으려면 고급 인재를 육성하는 길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교육을 신성장산업으로 육성해 제2의 번영을 위한 토대를 구축한다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특구는 내국인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유성재 두바이주재 한국 총영사관 영사는 “과거엔 중동의 똑똑한 학생들이 미국과 영국 등으로 빠져나갔지만 이제는 교육특구에서 선진 교육을 받고 있다”며 “수준 높은 교육환경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해외의 우수한 인재들까지 흡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공한 대학 특구 두바이
두바이 날리지 빌리지는 경제특구인 두바이 안에서도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특구 속 특구’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카자흐스탄 등 여러 나라에서 이 모델을 벤치마킹할 만큼 두바이의 교육 투자는 인정받고 있다.
두바이는 미국 미시간대와 호주 울릉공대, 영국 맨체스터 비즈니스스쿨 등 분야별로 세계 11개국에서 25개 대학을 유치했다. 경영대는 미국, 공대는 호주 대학에 맡기는 식이다. 학생 수는 해마다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03년 개교 첫해 2000명이 채 안되던 학생 수는 지난해 2만5000여명으로 늘었다.
이곳에선 철저하게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육성한다. 전 세계적으로 정보기술(IT) 기업이 늘어나면 관련 단과대를 해외로부터 유치해 교육 수요를 충족시킨다. 때문에 취업도 잘된다. 공대 출신 중 상당수는 두바이 내 ‘인터넷 시티(IT기업타운)’와 ‘미디어 시티(미디어 기업타운)’ 등에 있는 450여개 회사에 취업한다.
두바이 산학협력단지개발 공기업인 DIAC의 아유브 카짐 대표는 “대학과 기업의 요구를 신속하게 반영하면서 경쟁력을 키웠다”며 “다른 분야의 클러스터와 연계하는 등 날리지 빌리지는 스스로 잘 굴러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격 혜택으로 명문대 잡았다
두바이와 카타르는 대학 유치를 위해 파격적인 지원책을 마련했다. 교육기관을 유치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법령과 제도를 고치거나 없앴다. 대학으로부터 법인세 소득세 등 관련 세금을 받지 않고 토지는 공짜로 제공했다. 해외 대학이 영리법인을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했고 등록금 수입의 본국 송금 제한을 풀었다.
교수 월급을 올렸고 학생 장학금 혜택도 늘렸다. 졸업 뒤에 유명 기업에서 인턴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다리도 놓는다. 다만 빠른 시간에 대학을 육성하다 보니 보완할 점도 적지 않다. 실무자 양성에 초점을 두다 보니 석·박사급 고급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투자는 미흡했다는 지적도 있다.
두바이·도하=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조지타운대 카타르 캠퍼스가 있는 곳은 도시국가 카타르의 수도 도하 외곽 ‘에듀케이션 시티’다. 카타르 정부가 전 세계 유수 대학의 학부 7곳을 유치해 2003년 만든 ‘대학 특구’다. 학생 선발 방식과 교수진, 학위 취득, 교육과정 등은 본교와 비슷하다. 학생들은 미국과 유럽, 아프리카 등 전 세계에서 유학 온다.
교수진의 80%는 본교에서 온다. 카타르 정부는 이들에게 본교 월급의 30%를 더 얹어 준다. 샤이다 손드 조지타운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우수한 교수진을 보유하고 있으며 학사 운영 등에 관한 권한을 카타르 캠퍼스가 갖고 있다”며 “여러 가지 측면에서 카타르 캠퍼스가 본교 못지 않다”고 말했다.
카타르 왕후 “교육만이 살 길”
카타르 에듀케이션 시티의 성공 뒤에는 든든한 후원자인 왕가가 있다. 에듀케이션 시티 운영 주체는 비영리교육단체인 ‘카타르 재단’이다. 이곳 이사장은 세이카 모자 빈트 나세르 왕후(55)다. 모자 왕후는 ‘중동의 힐러리’로 불릴 만큼 왕성한 대외활동을 하는 인사로 유명하다. 셰이크 하미드 빈 칼리파 알 타니 국왕의 두 번째 부인인 그는 카타르의 교육 개혁을 이끌고 있다. 모자 왕후가 가장 중점을 두는 분야는 고급 인재 양성으로, 해외 명문대 유치에 집중하고 있다.
모자 왕후가 발 벗고 뛴 덕분에 에듀케이션 시티에선 카네기멜론대 컴퓨터공학, 코넬대 의학, 텍사스A&M대 공학, 버지니아커먼웰스대 디자인학 등을 공부할 수 있다. 코넬대 캠퍼스는 코넬대가 미국 바깥에서 유일하게 의사 학위를 주는 곳이다. 에듀케이션 시티의 맞은 편엔 ‘카타르 과학기술단지’가 있다. 이곳엔 글로벌 기업의 연구개발(R&D) 센터가 들어올 예정이다.
두바이 명문대 유치 경쟁
이 같은 대학 특구는 인근 도시국가 두바이에도 있다. 에듀케이션 시티보다 6개월 먼저 문을 연 ‘날리지 빌리지’다. 날리지 빌리지는 미국과 유럽 등의 전통 명문대를 유치해 종합대학을 만든다는 아이디어를 처음으로 냈다. 이를 듣고 카타르도 대학특구 사업에 나섰다.
두바이가 교육에 투자하게 된 이유도 비슷하다. ‘오일머니’로 단숨에 강소국 대열에 올라섰지만 자원이 고갈되고 난 뒤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고민이 컸다. 석유로 오일 달러를 벌기 전 빈곤한 시기로 되돌아가지 않으려면 고급 인재를 육성하는 길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교육을 신성장산업으로 육성해 제2의 번영을 위한 토대를 구축한다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특구는 내국인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유성재 두바이주재 한국 총영사관 영사는 “과거엔 중동의 똑똑한 학생들이 미국과 영국 등으로 빠져나갔지만 이제는 교육특구에서 선진 교육을 받고 있다”며 “수준 높은 교육환경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해외의 우수한 인재들까지 흡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공한 대학 특구 두바이
두바이 날리지 빌리지는 경제특구인 두바이 안에서도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특구 속 특구’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카자흐스탄 등 여러 나라에서 이 모델을 벤치마킹할 만큼 두바이의 교육 투자는 인정받고 있다.
두바이는 미국 미시간대와 호주 울릉공대, 영국 맨체스터 비즈니스스쿨 등 분야별로 세계 11개국에서 25개 대학을 유치했다. 경영대는 미국, 공대는 호주 대학에 맡기는 식이다. 학생 수는 해마다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03년 개교 첫해 2000명이 채 안되던 학생 수는 지난해 2만5000여명으로 늘었다.
이곳에선 철저하게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육성한다. 전 세계적으로 정보기술(IT) 기업이 늘어나면 관련 단과대를 해외로부터 유치해 교육 수요를 충족시킨다. 때문에 취업도 잘된다. 공대 출신 중 상당수는 두바이 내 ‘인터넷 시티(IT기업타운)’와 ‘미디어 시티(미디어 기업타운)’ 등에 있는 450여개 회사에 취업한다.
두바이 산학협력단지개발 공기업인 DIAC의 아유브 카짐 대표는 “대학과 기업의 요구를 신속하게 반영하면서 경쟁력을 키웠다”며 “다른 분야의 클러스터와 연계하는 등 날리지 빌리지는 스스로 잘 굴러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격 혜택으로 명문대 잡았다
두바이와 카타르는 대학 유치를 위해 파격적인 지원책을 마련했다. 교육기관을 유치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법령과 제도를 고치거나 없앴다. 대학으로부터 법인세 소득세 등 관련 세금을 받지 않고 토지는 공짜로 제공했다. 해외 대학이 영리법인을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했고 등록금 수입의 본국 송금 제한을 풀었다.
교수 월급을 올렸고 학생 장학금 혜택도 늘렸다. 졸업 뒤에 유명 기업에서 인턴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다리도 놓는다. 다만 빠른 시간에 대학을 육성하다 보니 보완할 점도 적지 않다. 실무자 양성에 초점을 두다 보니 석·박사급 고급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투자는 미흡했다는 지적도 있다.
두바이·도하=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