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0% 상승…박스권 치고 나간 소형株
올해 증권시장의 주인공은 소형주였다. 환율과 유가 변수에 대형 수출주는 출렁였지만 중국시장에 초점을 맞춘 소형주는 빛을 발했다.

경기 둔화 우려에 대형주가 심하게 흔들린 반면 피혁 술 등 과점을 형성한 소형주는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렸다. 경기 회복세가 더딜 것이라는 전망에 내년에도 중소형주의 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소형주 홀로 비상

대형주는 시가총액 1위부터 100위까지의 종목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시가총액 규모로 대형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76.23%에 달한다. 101위부터 300위까지의 중형주 비중도 12.77%에 이른다. 301위 이하의 소형주는 458개로 종목 수는 가장 많지만 시가총액 비중은 4.12%에 불과하다.

그러나 증시가 박스권에 갇힌 올해 수익률은 소형주가 단연 돋보였다. 지난해 말 1405.84였던 소형주 지수는 16일 1692.31을 기록했다. 올 들어서만 20.38% 상승했다. 같은 기간 대형주는 7.06% 하락했고 중형주는 1.54% 소폭 상승에 그쳤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가장 큰 폭으로 오른 섬유의류업체 국동(416.8%)을 포함해 상승률 상위 소형주들의 특징은 ‘중국’과 ‘과점’으로 요약됐다.

유가 하락과 더불어 중국인 관광객 증가 효과를 누린 티웨이홀딩스(252.5%)를 비롯 한국콜마홀딩스(232.2%) 한국화장품(223.21%)은 중국 시장 공략주로 꼽힌다. 피혁회사인 삼양통상(221.84%)과 알루미늄폼을 제조하는 금강공업(200.58%), 주정업체인 MH에탄올(169.45%)은 국내 대표적인 과점 종목들이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출주 대비 안정적인 내수 시장에서 업계의 과점화로 수익이 꾸준하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대형주 부진 반사이익

올해 중국으로 상징되는 성장성과 과점에 집중된 안정성이 이끈 소형주 강세장은 대형주의 실적 부진에 대한 반사효과가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석원 우리투자증권 스몰캡팀장은 “대형주의 4분기 예상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 가능성이 커지자 상대적 대안으로 중소형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기업의 성장성 정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유가나 환율 등에 따라 변동성이 큰 대형주보다 우량 소형주로 눈을 돌렸다는 설명이다. 류용석 현대증권 연구원도 “올해 대형주의 실적 부진에 대한 실망감이 컸다”며 “외국인도 꾸준히 소형주 거래를 늘리고 있어 당분간 소형주 강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중견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박근혜 정부가 강조해온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협력도 소형주 강세장의 배경으로 꼽힌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올해 예상 영업이익과 추정치 변화를 살펴보면 펀더멘털(기초체력) 측면에서도 근거가 있다”며 “대형주는 영업이익 추정치가 연초 대비 22.7% 떨어진 데 반해 소형주는 11.8% 하락에 그치는 등 대형주와 비교해 소형주의 하향 조정폭이 작았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