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 버드뷰 대표(왼쪽 두 번째)와 직원들이 화장품 성분 검색 서비스 ‘화해’를 소개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이웅 버드뷰 대표(왼쪽 두 번째)와 직원들이 화장품 성분 검색 서비스 ‘화해’를 소개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지난주 가정주부 A씨는 깜짝 놀랐다. 두 살 배기 아들의 얼굴에 두드러기 같은 열꽃이 올라왔다. 피부과에선 화장품을 지목했다. 아토피성 피부인 아들에게 일반 로션을 발라줬다가 생긴 문제였다. 이 같은 일을 겪고 나니 피부에 맞는 화장품 성분 정보가 절실해졌다. 인터넷 육아 커뮤니티를 통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인 ‘화해(화장품을 해석하다란 뜻)’를 소개받고 문제는 해결됐다. 화해는 스타트업 업체 ‘버드뷰’의 화장품 성분 정보 서비스다.

○화장품별 주의할 성분 경고

화해엔 1273개 화장품 브랜드, 3만1190개의 제품 성분이 등록돼 있다.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화장품을 사기 전에 화해 앱을 설치해 내 피부에 맞는지 확인한다. 검색창에 제품명을 입력하면 화장품 정보가 뜬다. 피부 트러블, 알레르기 등을 일으키는 성분의 수가 표시된다. 위험도에 따라 3단계로 나뉘어 있어 사용자의 판단을 돕는다. 피부 타입별 맞춤형 위험도를 따로 표시해준다. 예를 들어 키엘의 ‘퓨얼 에너자이징 수분크림’은 지성피부에는 안전하지만 민감성 피부에는 트러블을 일으킬 위험이 있는 세 개의 성분이 들어있다. 변성알코올, 멘톨, 오렌지 추출물이 각각 피부 건조와 피부 자극, 산성 과잉 등을 일으킬 수 있다.

화장품별 사용기도 제공된다. 다른 사람의 사용기를 보기 위해서는 먼저 내 사용기를 등록해야 한다. 여성들 사이에서 사용기 서비스가 인기를 얻으며 화해는 대형 화장품 커뮤니티로 성장했다. 현재 가입자가 80만명을 넘어섰다.

○남자 셋이 만든 화장품 서비스

특이한 것은 화장품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창업자 세 명이 모두 남자라는 것이다. 이웅 대표를 포함한 세 명의 창업자는 고교 동기다. 이 대표는 “평범한 취직보다 도전적인 일을 해보고 싶어 휴학 후 창업에 뛰어들었다”며 “화해는 여행자용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단백질 보충제 자판기 사업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세 번째 도전한 사업”이라고 했다.

상심해 있던 차에 친한 남자 선배가 매달 화장품 구입에 수십만원을 쓰는 것을 알게 됐다. 그냥 구입만 하는 것이 아니라 화장품 성분을 하나하나 따져보는 성분 전문가였다. 신기했다. 남성용 화장품에 관심이 생겼다. 2012년 기준 한국 남성 화장품 시장 규모는 1조2000억원. 확신이 생겼다. 그렇게 남성 화장품 성분 정보 서비스로 시작한 화해는 현재 여성 제품까지 포괄하는 서비스로 발전했다.

서비스 개발에는 난관이 많았다. 무엇보다 창업자 셋 모두 문과 출신이어서 개발자가 없는 것이 문제였다. 돈을 주고 개발자를 구하느니 직접 배우기로 했다. 낮에는 대학가 스터디그룹 등에서 프로그래밍 언어와 포토샵을 배웠다. 밤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나 제조사 등으로부터 화장품 성분 데이터를 수집하며 서비스 개발에 매달렸다. 그 결과 지난해 11월 열린 ‘제1회 공공데이터 창업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본엔젤스 등 벤처캐피털로부터 6억원의 투자금도 받았다.

○열혈 사용자들이 직원으로

화해 서비스에 대한 사용자의 충성도는 남다르다. 써보는 화장품마다 사용기를 올리는 사용자가 많다. ‘위메프’라는 아이디의 사용자는 순전히 사용기 작성을 위해 15종의 선크림을 한꺼번에 구입하기도 했다. 10만5000개에 달하는 사용기도 사용자들의 높은 충성도를 보여준다. 아예 직원이 되는 사용자도 있다. 11명의 버드뷰 직원 가운데 5명이 화해의 열혈 사용자였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