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탈레반
학생이란 아랍 말 탈레반은 단지 배우는 사람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고 한다. ‘뭔가를 갈구하는’이란 뜻도 있다. 알라와 이슬람만으로 표상되는 신정(神政)체제를 갈망하는 것일까. 탈레반들이 꿈꾸는 세상이 제정(祭政)일치의 사회라면 그것만으로도 전근대적이다. 이성과 합리, 현대와 개방, 이런 개념은 스며들 여지조차 없다. 그래서 탈레반의 이미지는 주로 모자헤딘(무장게릴라), 지하드(성전), 이런 것과 겹친다.

탈레반이 세계의 골칫덩이로 부각된 계기는 2001년 9·11테러였다. 당시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은 국제 테러리스트 조직인 알카에다와 오사마 빈 라덴을 인도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거부했다. 그렇게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시작됐다. 탈레반 정권의 야만적인 행위는 앞서 그해 3월에 이미 세계를 경악시켰다. 힌두쿠시 산맥의 간다라 유적으로 세계 최대인 53m, 37m 높이 마애불상을 파괴한 것이다. 우상을 금지한 이슬람교리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1500년 된 유네스코지정 세계문화유산은 한순간에 산산조각 나버렸다. 189개 유엔 회원국이 인류의 문화유산을 훼손 말라고 만장일치로 의결했으나 무위였다.

9·11 한 달 만에 미군과 동맹군은 아프가니스탄으로 진군했다. ‘무한 정의 작전’이란 테러소탕전쟁은 한 달 만에 끝났다. 이때 밀려난 탈레반 정부의 잔당들은 아프가니스탄의 험준한 산악 오지로 도주했다. 일부는 국경너머 파키스탄으로 달아났다. 이후 탈레반의 보복 테러가 무수히 이어졌다. 엊그제 파키스탄 북부 페샤와르의 학교테러도 파키스탄 팔레반(TTP)의 광신적인 공격이었다.

파키스탄 군이 운영하는, 그래서 장교들 자녀가 많다는 게 표적이 된 이유 같다. 6명의 테러리스트는 특별한 요구도 주장도 하지 않았다. 인질로 잡으려는 시도도 없었다니 맥이 다 풀린다. 단지 TTP 소탕전에 대한 반격 테러였다는 얘기다. 그렇게 꺾인 10대 꽃봉오리들이 부상자까지 이백수십명이다. 저항능력이 없는 ‘소프트 타깃(soft target)’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더욱 용서 못 할 범죄다. 오죽하면 형제격인 아프가니스탄 탈레반까지 규탄 성명을 냈다.

TTP가 소프트 타깃이나 노리며 더욱 광적으로 되는 게 탈레반 소탕전의 성공을 반증한다는 시각도 있다. 탈레반은 어디에나 있다. 한국 정치권에도 그렇게 불린 그룹이 있었다. 강경 혹은 완장이란 수식어가 붙기도 했던 과격파들이다. 원리주의자들은 자신은 무오류라는 믿음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세상의 공적이 된다.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