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한 달 진웅섭 금감원장의 '정중동'
“한겨울 개울의 꽁꽁 언 얼음 밑을 흘러가는 차가운 물의 느낌입니다. 잔잔히 흐르지만 마셔보면 정신이 번쩍 날 정도로 차가운….”

19일 취임 한 달을 맞는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사진)의 행보에 대한 한 금융회사 사장의 전평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의 얘기도 비슷하다. 몸을 낮추는 진 원장에 대해 신 위원장은 “요란스럽지 않아 오히려 카리스마가 쌓이는 것 같다”며 “예상했던 그대로”라고 말했다. 이어 “어느 순간 ‘큰 칼’을 휘두르면 업계에 전해지는 메시지가 더 엄중해질 것”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진 원장은 취임 후 한 달 동안 말과 행동을 자제하며 조용한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금감원의 한 임원은 “회의시간에도 90%는 듣고 10% 정도만 얘기한다”며 “대학 강연 등 감독업무와 무관한 외부 행사도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임직원들의 주말 출근도 많이 사라졌다. “예전에는 주말마다 출근했지만 요즘은 이슈가 있을 때만 나오는 분위기”라는 게 한 간부의 귀띔이다.

말수는 적지만 진 원장은 ‘소통’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직원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구내식당에서 식사하고, 노동조합 사무실을 찾는 일이 잦다. ‘큰집’인 금융위원회와의 관계도 매끄러워졌다.

금융업계에선 시장 자율을 중시하는 진 원장의 감독 방향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진 원장은 “금감원 직원을 10배로 늘려도 모든 금융회사를 감독할 수 없다”며 “스스로 내부통제를 강화하도록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너무 ‘낮은 포복’만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이른바 ‘KB사태’ 등으로 추락한 금융권의 신뢰 회복을 위해 적극적인 쇄신이 필요한 상황에서 잡음 없는 행보만 고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세 명의 부원장 자리가 빈 것을 비롯해 조직 정비가 안 끝나서일 것”이라며 “조만간 인사가 마무리되면 구상이 뚜렷해지고 행보도 활발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