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P·셸·셰브론 등 비상경영 돌입
엑슨모빌 등 10대 업체 주가도 큰 폭으로 하락
1990년대 유가폭락 때처럼 정유업계 'M&A 태풍' 예상
세계 최대 정유업체인 미국 엑슨모빌은 최근 내년 실적 전망을 크게 낮췄다. 투자회사 오펜하이머의 파렐 게이트 유가분석 전문가는 유가가 평균 배럴당 65달러 선일 경우 엑슨모빌이 입을 손실이 한 해 150억달러(약 16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또 이 가격이 몇 년간 지속될 경우 손실액은 연 300억달러까지 불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유가가 하락하면서 석유 메이저들의 주가는 지난 1년 새 크게 하락했다. 엑슨모빌(-11.12%), 셰브론(-15.41%), BP(-18.86%) 등 대부분의 기업이 올 들어 10~20%의 주가 하락을 겪었다. 미국 다우존스가 2441개 에너지 기업의 주가를 기준으로 산출한 다우존스원유가스 지수는 1년 새 15% 하락했다.
정유회사들은 유가 하락이 지속되더라도 기존 프로젝트를 쉽게 중단할 수 없다. 초기 탐사 및 개발 비용이 크기 때문에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앞만 보고 달려야 한다는 게 업계의 이야기다. 석유 메이저들의 자산 중엔 1960~1970년대부터 탐사를 시작해 이제 막 원유 시추에 돌입한 곳이 많다. 알래스카와 북해 유전 등이 그 예다.
정유업체들이 유가 하락에 대처하는 방법은 신규 투자와 주주 배당을 줄이는 것이다. 캐나다 오일샌드와 북해 유전 등 미개척 신규 유전탐사는 올 들어 속속 중단됐다. BP와 로열더치셸, 셰브론은 자산 매각에 나섰다.
○정유업계 M&A 바람 불까
현재 전 세계 주요 유전 개발 프로젝트의 대부분은 국제유가가 최소 배럴당 80달러 이상이어야 손익분기점을 넘어선다. 배럴당 50~60달러 선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프로젝트는 브라질 산토스, 이라크 쿠르디스탄, 멕시코만 일부 지역, 케냐 유전 등 극히 일부다.
일부 정유업계 관계자는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비교하며 “아직 ‘초비상’이라고 단정 짓긴 이르다”는 평가를 내놨다. 2008년 7월 배럴당 147달러였던 국제유가는 2009년 1월 33달러까지 폭락했다.
1990년대 유가 폭락 때 엑슨모빌, 셰브론, BP, 토탈 등이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를 키웠듯이 최근의 저유가 상황이 탄탄한 에너지 업체에는 성장의 기회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 몇 주 사이 정유서비스업체 할리버튼이 라이벌 회사 베이커휴스를 인수하고, 스페인 렙솔이 캐나다 업체 탈리스만에너지를 사들인다고 발표하는 등 실제 업계에서 M&A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회계법인 PwC의 애널리스트는 “중소 정유사가 눈치만 보고 있는 가운데 내년 정유업계에 한바탕 M&A 회오리가 불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