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메디컬코리아 대상] 제약업계 최초 수출 2000억원 넘을 듯
[2014 메디컬코리아 대상] 제약업계 최초 수출 2000억원 넘을 듯
녹십자(대표 조순태·사진)는 국내 제약업계에서 2014년 한 해 동안 가장 눈부신 성장을 한 제약사로 꼽힌다. 침체된 제약시장 환경 탓에 상당수 상위 제약사들이 고전을 면치 못한 가운데 일궈낸 성과라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녹십자는 일찌감치 해외시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주력 제품군인 백신과 바이오 의약품 분야를 집중 육성했다. 덕분에 국내 일반 제약사들과 차별화된 성장모델을 구축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백신 혈액제제 등의 의약품뿐 아니라 혈액제제 플랜트 수출이 더해지면서 차세대 수익 모델을 가장 빨리 발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녹십자의 수출은 최근 3년 새 가파르게 늘었다. 2011년 814억원이었던 수출규모가 지난해 1517억원으로 늘었다. 올해 3분기까지의 수출액은 135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이상 증가했다. 4분기 수출도 분기 기준 최고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녹십자는 올해 제약업계 최초로 수출 2000억원 고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녹십자의 수출 증가 비결은 경쟁력 있는 제품 포트폴리오에 있다. 녹십자는 세계에서 단 4개 업체만 획득한 세계보건기구(WHO)의 독감백신 사전적격인증(PQ)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다인용 및 1인용 독감백신을 국제기구에 공급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업체는 다국적 제약사인 사노피 파스퇴르와 녹십자 단 두 곳뿐이다. 세계 최대 백신 수요처 중 하나인 WHO 산하 범미보건기구(PAHO) 입찰 물량을 대거 확보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녹십자의 독감백신은 연중 지속적으로 수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계절적 요인에 덜 민감하다. WHO가 발주하는 북반구와 남반구의 독감 유행 시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범미보건기구의 백신 입찰은 남반구와 북반구의 독감 유행 이전에 실시된다. 덕분에 녹십자는 최근에는 중남미 30여개 국가에 독감백신을 수출했다.

녹십자의 또 다른 주력품목인 혈액분획제제의 수출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인도, 중동 등 이머징 마켓 중심으로 과다 출혈로 인한 쇼크를 방지하는 ‘알부민’과 면역결핍치료제 ‘아이비글로불린 에스엔’ 등의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혈액제제 분야에서 보유한 세계적인 기술력은 플랜트 수출로 이어지고 있다.

녹십자는 지난해 1월 혈액분획제제 플랜트를 태국 적십자로부터 수주했다. 국내 제약기업이 해외에 생물학적제제 플랜트를 수출하는 첫 사례였다. 녹십자는 플랜트 건물을 연내에 완공하고, 설비설치, 검증 및 시생산 등을 거쳐 내년 3분기까지 이번 프로젝트를 완료할 예정이다.

내년에도 중남미 국가들의 ‘예방접종확대계획’(EPI)에 따라 수두 및 독감백신 국제기구 입찰 수주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혈액분획제제 또한 이머징 마켓을 중심으로 꾸준히 수출량이 늘고 있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수출 호조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진다.

조순태 녹십자 사장은 “제약업종은 전통적으로 내수 의존적인 규제산업일 뿐만 아니라 의약품이라는 특성상 나라마다 보건당국의 까다로운 허가기준이 있어 진입장벽이 매우 높다”며 “그럼에도 녹십자가 올해 최대 수출실적 달성을 통해 심화되고 있는 의약품 무역수지 불균형 해소에 나름의 역할을 수행했다는 데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