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중 한 은퇴자는 "연금을 달러화로 환전하려고 한다"며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모두 루블화(러시아 통화) 가치가 계속 떨어질 것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에서 루블화 가치 폭락에 따른 인플레이션 심화와 국가 부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외화와 공산품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달러와 유로 대비 루블화 환율이 하루 동안에만 20% 이상 폭락한 16일부터 모스크바 시내 여러 은행과 환전소에는 루블화를 달러와 유로화 등의 외화로 바꾸려는 주민들이 몰려들었다.
일부 환전소에서는 외화가 바닥나 환전 업무를 중단해야 했고, 일부 은행 자동예금인출기에서는 외화 인출이 거부되기도 했다.
스베르방크의 한 지점은 16일 하루 10만 달러를 확보해 놓았지만, 오후 7시가 되면서 100달러만 남았다고 전했다.
루블화 예금을 외화 통장으로 전환하는 주민들도 늘고 있다. 일부 기업도 외화 사재기에 가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대폭 인상에도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자 안전 자산인 외화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고 이것이 다시 루블화 가치를 더 떨어뜨리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가 주민과 기업의 외화 사재기를 막기 위해 조만간 외환 거래를 통제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루블화 가치 하락을 반영한 가격 인상에 대비해 자동차, 가전제품, 가구, 보석 등 고가의 물품과 의류 등 생필품을 미리 사두려는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