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미국 조지아 공장의 생산라인 모습. (사진/현대차 제공)
기아자동차 미국 조지아 공장의 생산라인 모습. (사진/현대차 제공)
[ 김정훈 기자 ] 현대·기아자동차가 내수 시장과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 점유율이 떨어졌다. 올해 800만대 생산·판매에 성큼 다가섰으나 자동차 제조사 간의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점유율 방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내년에는 점유율 상승과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 한국·미국·유럽 3곳 점유율 고전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올해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 지역에서 점유율이 하락했다. 지난해 72% 내수 점유율을 올린 현대·기아차는 11월까지 누적으로 69.4%를 나타냈다. 만일 점유율 70% 달성에 실패한다면 2007년 69%에 머무른 이후 7년 만에 가장 낮은 기록이다.

업체 간의 경쟁 심화로 더 팔고도 점유율은 내려갔다. 지난해보다 25% 성장한 수입차 공세는 물론 르노삼성, 한국GM 등 국산차 업체들이 큰 폭으로 판매를 늘린 것도 점유율 하락에 영향을 끼쳤다.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은 8~10% 성장한 반면 미국과 유럽에선 점유율이 역주행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선 연간 점유율이 4년 만에 8%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8월부터 11월까지 4개월 연속 7%대에 머물렀다. 2011년 8.9%까지 점유율이 상승한 이후 2012년 8.7%, 2013년 8.1%로 줄곧 내리막을 걷고 있다. 엔저로 가격 경쟁력이 살아난 일본차 빅3(도요타 혼다 닛산)에 뒤지면서 점유율 경쟁에서 고전하고 있다.

내년 850만대 준비하는 현대차, 몸집 커졌는데 점유율 떨어졌다
유럽 시장도 11월 누적으로 제조사들의 평균 성장률 5.5%에 못 미친 2.7% 증가에 그쳤다. 지난해 6.3%였던 점유율은 6.0%로 0.3%포인트 떨어졌다.

조철 산업연구원 박사는 "현대차가 올해 해외 시장에서 공급 물량이 달려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면서 "가격과 품질 등 다각도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 정몽구 회장, 내년 850만대 가속 페달

정몽구 회장은 지난 15일 양재동 본사에서 해외법인장 회의를 주재하고 "800만 대 판매는 시작일 뿐, 더 큰 목표를 향해 뛰자"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내년에는 세계 경제의 저성장, 엔저 가속화, 미국 금리 변동 및 유가 하락에 따른 신흥국 위기 가능성 등을 넘기고 도약을 이뤄야 한다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900만 대 시대를 준비하고 공장 증설을 추진 중이다. 내년 착공 예정인 현대차 중국 4공장과 2016년 본격 가동하는 기아차 멕시코 공장 등이 뒷받침할 전망이다.

업계에선 현대·기아차가 내년에 850만 대 가까이 덩치를 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는 6% 성장한 849만 대 생산·판매 달성이 가능할 것" 이라며 "기아차 중국 3공장(10만대)을 비롯해 슬로바키아 공장과 소하리 공장 등도 생산 물량이 늘어난다"고 예상했다.

내수 시장에서 경쟁력도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현대·기아차는 내년 4월에 신형 투싼ix, 7월 K5 후속, 8~9월 아반떼 후속, 4분기 스포티지 후속 등을 잇달아 출시할 예정이다. 또 신형 쏘렌토와 카니발의 신차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년 사이 가장 공격적인 신차 출시가 이어질 한 해로 점쳐진다.

서 연구원은 "내년에는 볼륨(많이 팔리는 차) 모델이 많이 나올 예정이어서 내수 점유율 회복이 가능하다" 며 "최근 유가 하락은 고효율 디젤 차 비중이 높은 수입차 시장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