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정유 부문 사업 늘려라"…문종박 사장 '첫 작품' 결실…현대오일뱅크 "새 먹거리는 카본블랙 사업"
현대오일뱅크가 프린터 잉크 원료인 카본블랙 사업에 진출한다. 국제 유가 급락으로 정유사업의 수익구조가 악화되자 사업 다각화를 통해 먹거리를 확보하려는 포석이다. 울산신항 상업용 유류저장사업 착수와 윤활기유사업 합작에 이은 성과로, 지난 9월 현대오일뱅크 수장을 맡은 문종박 사장(사진)의 첫 작품이기도 하다.

현대오일뱅크는 18일 독일 카본블랙 업체와 합작해 충남 대산공단에 공장을 세우기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국내 정유 4사 가운데 카본블랙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현대오일뱅크가 처음이다.

카본블랙은 석탄에서 나오는 콜타르와 원유 정제과정에서 나오는 슬러리오일 등을 불완전 연소시켜 만든 탄소분말로, 타이어 등의 강도를 높이는 배합제나 프린터 잉크의 원료 등으로 쓰인다. 국내 시장 규모는 연간 50만t으로 OCI 등이 주도하고 있다.

"非정유 부문 사업 늘려라"…문종박 사장 '첫 작품' 결실…현대오일뱅크 "새 먹거리는 카본블랙 사업"
현대오일뱅크는 내년 상반기 중에 합작법인을 세운 뒤 대산공단 8만6000㎡ 규모 부지에 카본블랙 합작 공장을 건설한다는 방침이다. 생산 규모는 연산 16만t으로 2017년부터 양산에 나설 예정이다. 총 투자액은 300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구자인 현대오일뱅크 신사업팀장은 “합작사의 글로벌 영업망을 통해 국내외 시장에 판매할 계획”이라며 “연간 30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카본블랙 제조원가 측면에서 경쟁사들에 비해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원유 정제과정에서 나오는 슬러리오일을 원료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현대오일뱅크는 그동안 슬러리오일을 경유 등을 생산하는 고도화 정제와 벙커C유 첨가제로 쓰고 남는 것은 카본블랙 제조업체에 판매해 왔다.

카본블랙 합작 성사로 현대오일뱅크의 비(非)정유사업 확장이 탄력을 받게 됐다. 문 사장은 매출의 93%고 영업이익률이 1~2%에 불과한 정유사업 비중을 줄이고 고수익사업으로 다각화를 추진 중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4월 울산신항에 업계 최초로 상업용 유류저장소를 가동한 데 이어 지난 8월에는 글로벌 윤활유업체인 쉘과 합작한 윤활기유 공장의 상업 가동에 들어갔다. GS칼텍스, SK루브리컨츠 등이 주도하고 있는 2조5000억원 규모의 국내 윤활기유 시장에서 연간 1조원가량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이 회사는 롯데케미칼과 손잡고 초경질유인 콘덴세이트 정제 및 혼합자일렌 제조공장도 2016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건설하고 있다. 하루 14만배럴의 콘덴세이트를 정제하는 이 공장이 완공되면 현대오일뱅크의 하루 원유 처리량은 39만배럴에서 53만배럴로 늘어난다.

현대오일뱅크가 올 들어 신사업에 공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정유사업이 부진한 탓이다. 국제 유가 급락으로 국내 정유사들은 정유사업 부문에서 올 들어 큰 폭의 적자를 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등은 정유사업 부문에서 올 3분기까지 각각 4060억원, 4015억원, 392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현대오일뱅크는 흑자를 유지했지만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1792억원으로 지난해의 절반으로 떨어졌다.

회사 관계자는 “카본블랙 합작사업이 성사되면서 올해 계획했던 신사업이 순탄하게 출발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카본블랙 같은 수익성 높은 제품을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