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돈  빼!"…코스피 코스 이탈
외국인들이 18일 상장한 제일모직을 팔아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코스피지수 1900선이 무너졌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을 것임을 확인시켜줬지만, 다른 아시아 국가와 달리 한국 증시는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제일모직 상장에 따른 후폭풍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날 외국인 매도의 82%가 제일모직에 몰렸다.

◆외국인, 제일모직 차익실현

외국인 "돈  빼!"…코스피 코스 이탈
코스피지수는 이날 1897.50으로 2.66포인트(0.14%) 하락했다. 이날 지수는 장중 연중 최저치인 1881.73까지 밀렸다. 막판 국내 기관의 저가매수 덕에 낙폭을 줄이긴 했지만 1900선을 지키지는 못했다. 이날 다른 아시아 증시는 모두 강세였다. 대만이 0.6% 올랐고, 일본 증시는 2% 넘게 급등했다. FOMC 회의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일제히 반등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증시 발목을 잡은 건 외국인이다. 이날도 5243억원을 순매도하며 7거래일째 ‘팔자’ 공세를 이어갔다. 제일모직 한 종목만 4494억원을 내다 팔았다. 삼성전자(-870억원) 삼성SDS(-319억원)가 뒤를 이었다.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동안 삼성그룹주를 많이 샀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제일모직 상장을 단기 차익실현 기회로 삼았다”며 “유동성이 부족한 기관들이 외국인 매물을 받기 위해 보유주식을 처분하면서 증시 전반에 매도 압력이 커졌다”고 풀이했다.

◆“신흥국 불안 해소돼야 지갑 연다”

국제유가가 소폭 반등하고, FOMC 결과가 나쁘지 않아 단기적으로는 외국인 매도가 정점을 지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FOMC 회의를 앞두고 미리 주식을 팔았다 회의 이후 다시 매수에 나서는 게 올해 외국인들의 매매 패턴”이라며 “추가적인 대규모 매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국인들의 ‘현금인출기’ 역할을 하는 한국 증시의 특성상 신흥국 불안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외국인들의 복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올 들어 외국인 투자자가 사들인 한국 주식 규모는 아시아 주요 6개국 중 인도(168억달러) 대만(122억달러)에 이어 3위(58억달러)다. 반면 이달 들어선 17억달러어치를 팔아 대만(22억달러) 다음으로 가장 많은 자금을 회수해갔다.

나한익 노무라증권 이사는 “달러 강세와 유가 하락 등 대외 악재가 잇따르면서 최근 이머징 증시에서는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패시브펀드 자금까지 대거 빠져나가고 있다”며 “액티브펀드들은 성장성이 낮아진 한국 주식을 꺼리고 있어 당분간 외국인 매수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채무불이행 우려 등 외국인 투자심리를 짓누르고 있는 악재들이 해소되고 펀드로 다시 자금이 유입돼야 한국에도 외국인 자금이 흘러들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심리적 지지선인 1900선이 붕괴됨에 따라 추가 하락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지만 낙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나 이사는 “2008년 금융위기 때 주가수익비율(PER) 최저치인 9배를 적용하면 코스피지수 1850선에 해당한다”며 “단기 주가는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윤남 센터장도 “코스피가 연중 저점인 1880선 아래로 밀려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