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회항’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직원들에게 거짓 진술을 강요한 혐의(증거인멸)로 대한항공 객실담당 여모 상무(57)를 입건했다. 여 상무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 의해 항공기에서 쫓겨난 박창진 사무장이 국토교통부 조사를 받을 때 19분간 배석했던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었던 인물이다.

서울 서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근수)는 18일 오후 여 상무를 참고인 자격으로 재소환해 조사한 결과, 증거인멸과 관련된 혐의를 일부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여 상무는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신분이 전환됐다.

검찰에 따르면 여 상무는 지난 5일 대한항공 KE086편 램프리턴(탑승게이트로 항공기를 되돌리는 일) 사태가 발생하자 한국에 도착한 직후부터 다른 임직원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이번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여 상무가 증거인멸 과정에서 조 전 부사장에게 전후 사정을 보고했는지에 대해서도 집중 추궁했다.

검찰은 이날 대한항공 임직원 등에 대한 통신자료 압수수색 영장(통신사실확인자료 요청)을 발부받아 사건의 축소·은폐를 위한 가담자가 어느 선까지 닿아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수사 초기에도 통신기록을 압수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엔 사건 발생 직후인 6일부터 최근까지로 압수 기록 기간을 더 늘려 영장을 발부받았고, 압수 대상 인원도 확대했다. 향후 조사에서 조 전 부사장 등이 증거인멸에 가담한 사실이 확인되면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검찰 수사가 부실 조사 의혹을 받고 있는 국토부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오늘 참고인 조사는 조 전 부사장 소환 조사에서 확인이 미흡한 부분을 추가로 확인하는 과정”이라며 “국토부에 대한 조사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조 전 부사장이 상습적으로 1등석을 공짜로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업무상 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서울 서부지검에 수사를 의뢰했다.

김태호/백승현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