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는 지난 8일 특별·광역시의 구의회(광역시 내 군의회도 포함)를 없애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서울특별시는 구청장 직선제를 유지하면서 구의회를 폐지하겠다는 안을 제시했다. 또 6대 광역시에 대해서는 광역시장이 구청장과 군수를 임명하고 의회를 구성하지 않는 방안을 1순위로, 구의회를 폐지하되 구청장 및 군수를 직선제로 뽑는 안을 2순위로 제안했다.

[맞짱 토론] 특별·광역시 區의회 폐지해야 하나
위원회는 “특별시와 광역시는 사실상 하나의 생활권인데, 인위적 경계인 ‘구’에 따른 의회는 행정 비효율이 초래된다”며 “특별·광역시의 자치구를 행정구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위원회 안대로 법안이 만들어져 통과되면 서울 종로구청장은 지방선거를 통해 선출하지만, 종로구의회는 사라진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도 구의회를 없애는 안에 찬성한다.

위원회 발표에 기초의회 의원들은 중앙집권적인 발상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지방자치 확대와 분권화라는 시대적 조류에 어긋난다는 비판도 나온다. 서울시 구의회의장협의회 등은 성명서를 내고 “헌법 제118조에는 지자체에 의회를 둔다는 규정이 있다”며 “구의회 폐지는 위헌 소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법의 기본 이념을 묵살한 반민주적인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맞짱토론에서는 특별·광역시 구의회 폐지를 놓고 육동일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와 이재은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가 찬반토론을 펼친다.

■ 찬성 생활권 같은데 區로 인위적 분류…행정비용 과다·정치 外風 부작용

일부 구의원 수준 낮은 의정활동도 ‘무용론’ 자초


[맞짱 토론] 특별·광역시 區의회 폐지해야 하나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가 지난 8일 ‘지방자치발전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특별·광역시 자치구·군의회를 폐지하는 방안을 포함시켰다. 이유는 간단하다. 특별시와 광역시의 기초의회를 운영하기 위한 행정비용이 과다하게 소요되고 부작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특별시와 광역시 내 자치구가 독자적 과세권을 행사하면서 구와 구의 격차가 심해지고 있다. 특별시와 광역시가 종합행정을 수행하려고 해도 자치구의 반발로 원활하게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 결과 자치구제 운영에 행정비용이 과다하게 소요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 비용은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간다.

여기에다 자치구마다 공공건물의 공동 이용을 외면하고 구청사 및 문화·복지·체육시설의 과다 설치가 재정적 지출의 낭비를 가져왔다. 일부 구에서는 정치적 목적에서 비롯된 선심성·전시성 사업과 행사가 이어지는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부작용과 폐해도 심각하다. 의장단 구성, 의정비 책정, 의원 해외연수 때마다 시민들이 구의회에 갖는 불만과 불신은 인내의 한계를 넘었다. 일부 구의원의 빗나간 권위주의와 수준 낮은 의정활동은 구자치제에 대한 무용론을 자초하는 데 한몫했다.

더구나 특별시와 광역시의 자치구는 구민들의 정체성·역사성에 바탕을 두고 분리된 것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갈라놓은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대도시 전체는 하나의 생활권으로 도시계획·경제·교통·환경 등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그래야만 전체 시민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고 대도시 내 지역 격차 문제가 완화될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독립된 법인격을 가진 자치구들은 대부분 특별·광역시의 종합계획수립에 대해 반발하거나 계획의 이행을 준수하지 않았다. 그래서 대도시 종합행정에 큰 걸림돌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구청장과 구의회 의원을 뽑는 선거에까지 전면 정당공천제가 시행되면서 정당 배경이 다른 특별·광역시와 자치구 간 또는 구청장과 구의회 간 협력 관계는 실종되고 말았다.

물론 지난 기간 구 자치의 운영 성과는 적지 않게 나타났다. 도시민의 행정 접근 및 참여 기회를 확대했다. 다양해진 지역 수요에 부응해 행정서비스의 제공을 다양하게 시도했다는 점은 큰 성과다. 그러나 구 자치제 시행에 따른 부작용과 폐해가 더 커지고 있다. 구 자치제는 도입 당시부터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대립해 논란이 많았다. 이제 구 자치제는 시행 20년 만에 그 존폐를 다시 결정해야 하는 중대 기로에 서게 됐다. 앞으로 구의회 폐지를 비롯한 구 자치제의 올바른 길을 모색하는 일은 지방자치의 발전을 위해 대단히 중요한 사안이 되고 있다.
[맞짱 토론] 특별·광역시 區의회 폐지해야 하나
물론 구의회 폐지가 정당화되려면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특히 비대해질 수 있는 특별·광역시장의 권한을 견제하는 장치는 충분히 마련해 놓아야 한다. 광역시 의회의 의원 정수와 기능을 확대하고 독립적인 지방행정감사기구를 두는 방안도 필요하다. 서울특별시와 광역시 자치구들의 평균 인구 규모는 각각 40만명과 20만명이 넘는다. 이렇게 규모가 큰 자치구로는 실질적인 자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읍·면·동의 자치기능이 보다 활성화돼야 한다.

결론적으로 지금의 구의회는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보다 건강한 지방자치를 위해서라도 특별·광역시 구의회(군의회 포함)를 폐지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 반대 區의회 폐지는 反헌법적 발상…지방분권 강화해야 균형발전

중앙정부의 재정·인력, 지방이양 고심할 때


[맞짱 토론] 특별·광역시 區의회 폐지해야 하나
생각의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 지방자치발전위원회가 생각하는 지방자치의 발전이 고작 중앙집권적 구조로의 회귀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다른 기관도 아닌, 지방자치의 취지를 지켜내고 지방의 균형적 발전과 선진 지방자치의 구현을 위한 조직인 지방자치발전위가 서울시와 대구시 등 6개 광역시의 자치구·군 의회를 폐지하자고 했다는 것이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대한민국은 획일적인 중앙집권적 통치가 아닌 개별 지역의 실정과 특성에 맞는 자치를 위해 지방분권을 더욱 발전시킬 새로운 제도적 틀을 필요로 하고 있다. 그런데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의 ‘지방자치발전 종합계획안’에 담겨 있는 2017년까지 서울시와 대구시 등 6개 광역시의 자치구·군의회 폐지, 서울시를 제외한 광역시의 구청장·군수 임명제는 지방자치발전을 저해하는 것이다. 이는 지방자치제도를 포기하거나 폐지하자는 것과 다름없다. 대한민국 헌법 제118조는 ‘지방자치단체에 의회를 둔다’고 규정했다. 1000만 인구가 사는 서울시의 구의회를 폐지하자는 제안은 명백하게 반헌법적 발상이고, 대한민국의 근간을 뒤흔드는 위헌 사건임이 틀림없다. 더욱이 대통령 소속 기관인 지방자치발전위가 이 같은 계획안을 제시했다는 것은 지방자치를 이념으로 하는 헌법 제8장의 취지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것이다. 오히려 중앙정부에 의해 지방자치의 취지가 퇴색돼 가는 오늘날 지방분권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첫째, 제대로 된 지방자치제도의 안정적 정착과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서는 지역균형 발전 개헌 또는 지방분권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 지방자치의 궁극적 모습은 중앙정치로부터 독립적인 풀뿌리 민주주의와 자치권의 확보인데, 현실의 지방자치는 중앙정치에의 예속과 자치권의 실종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맞짱 토론] 특별·광역시 區의회 폐지해야 하나
둘째, 지방재정의 확충 방안이 항구적이고 제도적으로 마련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원 확충을 보장하는 법이 마련돼야 한다. 가정을 꾸려가는데도 돈이 있어야 떳떳하고 당당한 것이다. 하물며 지방자치단체의 재원마저도 중앙정부에서 간섭하는 대로 써야 한다면 지방자치는 일찌감치 물 건너간 것이다.

셋째, 이제는 지역의 균형발전이 국가 생존의 필요조건이기 때문에 중앙정부가 움켜쥐고 있는 권한과 사람을 지방자치단체에 풀어주는 법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그것도 국가 생존의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 이는 국가 생존은 지역 균형 발전에 기반하고 있고, 지역 균형 발전은 제대로 된 지방자치에 기반하는 것이기에 대한민국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통치권 차원의 강한 의지와 국민적 합의가 마련돼야 한다.

지방에서 국회를 보는 것만큼이나 중앙에서 지방의회를 보는 것이 답답할 것이다. 한 집안에서도 대소사를 결정할 때는 집안 식구들이 중지를 모으고 협의하지 않는가.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식구들이 지혜를 모으고 승복하면서 함께 행복한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식구들을 우습게 보는 권위주의적인 가장의 결정에 따라야만 하는 불쌍한 식구들이 살아가야 하는 미래는 암울하다. 다소 늦더라도 함께 협의하고 양보하는 건강한 가정이 행복하다. 이제는 지역 균형 발전과 지방분권 강화를 위해 중앙정부가 재정, 인력, 조직을 어떻게 나누어 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