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등' 켜진 면역력
저체온증 환자 작년보다 2배 늘어
심장병 사망자, 겨울에 급증…추위에 수축된 근육은 통증 악화
한랭질환 예방 어떻게
얇은 옷 여러 벌 겹쳐 입고…운동은 되도록 낮시간 활용
반신욕으로 혈액순환 도와야
강추위에 저체온증 환자 급증
질병관리본부가 지난 1일부터 15일까지 파악한 한랭질환 감시현황에 따르면 한랭질환으로 3명이 사망했고, 103명의 한랭질환자가 발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집계된 52명과 비교하면 두 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한랭질환은 추위에 장기간 노출돼 발생하는 질환이다. 심부 체온이 35도 아래로 내려가는 저체온증과 추위로 조직이 손상되는 동상, 동상 이전 단계인 동창, 발에 가려움·부종·물집이 생기는 참호족 등이 포함된다.
한랭질환을 예방하려면 실내에서 가볍게 운동하고 적절하게 수분을 섭취하면서 실내 적정온도인 18~20도를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외출할 때는 장갑·목도리·마스크 등을 착용해 체온이 떨어지는 것을 막고 되도록 무리한 야외 운동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외출 전 체감온도를 확인하는 일도 필수다. 체감온도는 외부에 있는 사람이나 동물이 바람과 한기에 노출된 피부로부터 열을 빼앗길 때 느끼는 추운 정도를 나타낸 지수다. 심장병·뇌졸중 위험
날씨가 갑자기 추워질 때 면역력이 떨어지고 차가운 바람에 노출되면 협심증이나 고혈압 등 심뇌혈관질환(심장병)을 급속히 악화시킬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심뇌혈관 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의 수는 7월(4113명)에 가장 적고 12월(5209명), 1월(5241명)에 몰렸다.
전두수 인천성모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기온이 뚝 떨어지면 혈관이 급격히 수축하고, 좁아진 혈관으로 많은 혈액을 보내기 위해 심장이 무리하면서 심장병이 증가하게 된다”며 “혈관 수축과 동시에 혈압이 상승하며 약해진 혈관 부위가 터지거나 막히는 뇌졸중 위험도 덩달아 높아진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60대 이상 고령층 가운데 아침 운동을 꾸준히 하는 분들이 많은데, 요즘처럼 기온이 갑자기 떨어지는 날에는 되도록 추운 새벽이나 아침보다는 낮시간에 걷기·제자리 뛰기 등 너무 과하지 않은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외부에 나가기 전 따뜻한 물을 마셔 어느 정도 체온을 올리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전문의들은 추운 날씨에는 되도록 장시간 야외 활동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장경술 인천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부득이 외출해야 한다면 가볍고 얇으면서 땀의 흡수·발산이 잘되는 옷을 여러 겹 입고 나가는 게 좋다”며 “조금 번거롭겠지만 젖은 양말은 동상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여분을 가지고 다니다가 땀에 젖으면 갈아 신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외출 후 몸이 많이 차가워졌을 때는 목욕을 권한다. 38도 정도 되는 물을 욕조에 받고, 배꼽 아래까지만 담그는 반신욕은 혈액순환과 피로 해소에 도움이 된다. 또 40도 정도의 물에 발목 아래를 15분 정도 담그는 족욕(足浴)도 좋다. 족욕은 하반신의 혈액순환을 도와 몸의 부기를 빼준다.
무릎 통증 참으면 안돼
무릎 관절 주변의 연부조직이 강추위로 수축돼 관절 운동범위가 줄고 움직임이 부드럽지 못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목과 허리디스크 환자는 쑤시고 저리는 증상이 심해진다. 이런 통증으로 인한 부자연스러운 빙판길 보행은 낙상이나 골절 부상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겨울철 관절 건강을 위해선 적당한 근력 유지가 필수다. 적당한 운동을 하는 것은 좋지만, 무리한 운동은 오히려 관절을 손상시킬 수 있다. 운동 전후 충분한 스트레칭을 하는 것은 기본이다. 특히 겨울철에는 보다 오랜 시간 준비운동을 해야 관절이나 주변 연부조직 손상을 예방할 수 있다.
관절이 추위에 노출되지 않도록 관절 주변의 보온에 주의가 필요하다. 평소 따뜻한 찜질을 하는 것이 겨울철 관절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고용곤 연세사랑병원 원장은 “계단이나 경사가 있는 곳에서 걷기 운동은 피하고 평지에서 걷는 것이 좋다”며 “수영이나 아쿠아로빅 같이 물속에서 하는 운동이 관절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일시적인 관절 통증은 활동을 자제하면서 지켜볼 수 있지만, 1~2주 이상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가까운 정형외과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도움말=전두수 인천 성모병원 심장내과 교수, 고용곤 연세사랑병원 원장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