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窓] 내년에도 한국 증시만 횡보할까
2011년 이후 세계 경제가 소위 ‘뉴 노멀’로 불리는 저성장 구간에 들어간 이후 한국 증시의 장기 횡보가 시작됐다.

우리와는 다르게 같은 기간 주가가 상승한 국가가 많다. 선진국 중에선 미국 증시가 올해 사상 최고치를 돌파하는 성과를 보였고 일본 증시도 작년 이후 70% 이상 올랐다. 아시아 이머징마켓 역시 마찬가지다. 2013년 동남아가 초강세를 보였고, 올해도 인도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돌파했다. 한국 증시만큼 침체됐던 중국 증시마저 50%에 달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렇다면 왜 한국만 이렇게 증시가 허약한 것일까. 근본적인 배경은 기업이익의 성장이 멈춰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출 중심의 경기민감 업종에 속한 기업이 더욱 그렇다. 이렇게 볼 때 우리 증시가 다시 상승할 힘을 갖추기 위해서는 다음의 조건이 필요하다고 본다.

첫째, 원·엔 환율의 상승이다. 세계 경기가 저성장 국면일 때, 즉 수요 증가가 약할 때 시장점유율 경쟁은 대체적으로 환율에 의해 좌우된다. 최근 원화가 약세지만 엔화 대비 강세가 끝나야만 기업이익에 대한 시각이 개선될 것으로 본다.

둘째, 유가가 안정돼야 한다. 과거에 유가 하락은 세계적으로 실질 소비가 증가하는 호재라고 봤지만, 한국은 자원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적지 않아 그 효과는 제한적이다. 오히려 유가를 비롯한 상품 가격이 안정돼야 위험자산에 대한 불안감이 수그러들 것이다.

셋째, 유럽과 중국에서 부양책이 나와야 한다. 작년 하반기 이후 세계 경기 둔화를 주도하는 두 지역에서 부양책이 나온다면 한국 경기 민감주들의 저점 형성이 이뤄질 것이기 때문이다.

조익재 < 하이투자증권 센터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