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안 레스토랑 알렉산더 맨션, 화덕피자 위에 파송송 계란 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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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xury & Taste
송·수화기가 분리된 벽걸이 전화기, 화면이 어른 손바닥만한 흑백 TV. 서울 성북동에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알렉산더 맨션’에서 볼 수 있는 희귀한 물건들이다. 저런 물건이 다 어디서 났을까 싶어 물어봤더니 레스토랑 대표의 취미가 골동품 수집이라고 한다.
알렉산더 맨션은 설치미술가로도 활동하는 알렉산더 김 대표가 골조만 남은 버려진 집을 개조해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재탄생시킨 곳이다. 작년 1월 문을 열었을 땐 삼청터널을 지나 정릉 방향으로 가는 산 중턱에 ‘40년 만에 처음 생긴 식당’으로 동네 주민들 사이에 화제가 됐다. 자리에 앉아 홀을 둘러보니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출입문 손잡이가 있어야 할 곳엔 도금한 삽이 달려 있다. 레스토랑 공사를 무사히 마친 것을 기념해 삽을 붙여 놓았다고 한다. 켜지지도 않을 것처럼 보이는 오래된 TV 화면에선 터치스크린이 펼쳐진다. 고장난 브라운관 TV를 개조한 것이라고 한다. 신기하기도 하고 생뚱맞기도 해 피식피식 웃게 된다.
음식 맛은 어떨까. ‘리코타 샐러드’부터 주문했다. 아보카도 소스로 버무린 양상추와 치커리 위에 리코타 치즈를 얹고 그 위에 다시 오렌지 소스를 곁들였다. 부드러운 리코타 치즈와 상큼한 오렌지 소스가 입맛을 돋운다.
피자는 맛을 보기에 앞서 만드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출입문 바로 옆에 피자를 굽는 화덕이 있다. 커다란 전자레인지 같기도 하고 옛날 한옥의 아궁이 같기도 한 화덕은 그 자체로 볼거리다.
화덕 내부 온도는 450~500도에 이른다. 24시간 동안 숙성한 도우(피자 반죽)에 토핑을 얹고 화덕에 넣으니 1분30초 만에 ‘카르보나라 피자’가 완성됐다. 치즈, 판체타(이탈리아식 베이컨), 달걀노른자와 함께 피자로는 보기 드물게 파를 토핑으로 사용했다. 치즈와 판체타에서 날 수 있는 느끼한 맛을 줄이기 위해서라고 한다.
피자의 따뜻한 기운이 가시지 않았을 때 김 대표가 “파스타를 미리 주문하는 게 좋겠다”고 권했다. 파스타 면을 미리 삶아 놓지 않고 주문받은 뒤 삶기 때문에 시간이 꽤 걸린다는 얘기였다. 파스타는 약간 설익은 듯한 상태일 때 가장 맛있는데 면을 미리 삶아 놓으면 푹 퍼져서 칼국수처럼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파스타 중 ‘오리키에테’를 선택했다. 오리키에테는 스파게티 링귀니 등 롱 파스타에 대비되는 쇼트 파스타의 일종이다. 반죽을 뭉텅뭉텅 잘라 놓은 것이 수제비를 연상시킨다. 차진 오리키에테에 섞여 들어간 새콤한 미트소스가 입맛을 자극하고 바삭바삭한 허브 빵가루가 씹는 맛을 더한다.
알렉산더 맨션에서 용무가 없더라도 가볼 만한 곳이 있다. 화장실이다. 남성 화장실엔 구둣솔과 구두약, 구두 방수제가 있고 여성 화장실엔 향수와 헤어 트리트먼트, 구두 냄새 제거제가 있다. 남녀 화장실 모두 핸드크림은 기본으로 갖췄다.
좌석은 70여개가 있는데 비가 오는 날엔 테라스석을 이용할 만하다. 천장이 투명한 돔으로 돼 있어 빗물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낭만에 젖을 수 있다. 자연광이 들어오니 맑은 날 낮에도 나쁘지 않은 자리다.
■ 알렉산더 김 대표 “비싸다?…그만큼 맛있을 것”
길게 땋은 레게 머리, 반바지에 빨강 줄무늬 양말. ‘알렉산더 맨션’에 가면 범상치 않은 차림새로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남자를 볼 수 있다. 알렉산더 김 대표(40·사진)다. 독특한 차림새 때문에 개업 초기엔 사람들의 오해도 많이 샀다고 한다. 왠지 가볍고 예의 없어 보인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레스토랑을 지키는 모습을 보고 하나둘 단골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어머니와 함께 레스토랑을 지었다. 도면을 그리는 일부터 흙을 퍼 나르고 벽에 걸 그림을 구해 오는 일까지 직접 챙겼다. 전문 시공업체에 맡기면 2~3개월에 끝날 일이 1년 가까이 걸린 이유다. 이런 열정은 지금도 그대로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면 일을 하고 싶어 가슴이 설렌다”며 “오너이자 종업원이고 손님들의 말벗이라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생각하는 알렉산더 맨션의 최대 단점은 ‘비싼 가격’이다. 샐러드와 파스타가 3만~4만원대, 스테이크가 4만~9만원대로 웬만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두 배가 넘는다. 그는 그러나 “비싼 만큼 맛있는 곳이라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또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는 재료는 돌려보내고 이익을 더 내기 위해 재료를 아끼는 일도 없다”고 강조했다.
맛있다는 것 외에 김 대표가 말하는 이 레스토랑의 장점은 쉼터 같은 편안한 분위기다. 그는 단골손님이 오면 마치 친구처럼 옆에 앉아서 한참 동안 수다를 떨기도 한다. 김 대표는 “손님들이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편안하게 대화하고 몸과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 위치
서울 성북구 성북동 321 (02)765-7776
■ 메뉴
파스타 3만~4만7000원, 피자 2만8000~4만2000원, 스테이크 4만9000~9만7000원
■ 영업시간
점심 오전 11시30분~오후 2시30분, 저녁 오후 5시30분~10시30분
글=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사진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알렉산더 맨션은 설치미술가로도 활동하는 알렉산더 김 대표가 골조만 남은 버려진 집을 개조해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재탄생시킨 곳이다. 작년 1월 문을 열었을 땐 삼청터널을 지나 정릉 방향으로 가는 산 중턱에 ‘40년 만에 처음 생긴 식당’으로 동네 주민들 사이에 화제가 됐다. 자리에 앉아 홀을 둘러보니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출입문 손잡이가 있어야 할 곳엔 도금한 삽이 달려 있다. 레스토랑 공사를 무사히 마친 것을 기념해 삽을 붙여 놓았다고 한다. 켜지지도 않을 것처럼 보이는 오래된 TV 화면에선 터치스크린이 펼쳐진다. 고장난 브라운관 TV를 개조한 것이라고 한다. 신기하기도 하고 생뚱맞기도 해 피식피식 웃게 된다.
음식 맛은 어떨까. ‘리코타 샐러드’부터 주문했다. 아보카도 소스로 버무린 양상추와 치커리 위에 리코타 치즈를 얹고 그 위에 다시 오렌지 소스를 곁들였다. 부드러운 리코타 치즈와 상큼한 오렌지 소스가 입맛을 돋운다.
피자는 맛을 보기에 앞서 만드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출입문 바로 옆에 피자를 굽는 화덕이 있다. 커다란 전자레인지 같기도 하고 옛날 한옥의 아궁이 같기도 한 화덕은 그 자체로 볼거리다.
화덕 내부 온도는 450~500도에 이른다. 24시간 동안 숙성한 도우(피자 반죽)에 토핑을 얹고 화덕에 넣으니 1분30초 만에 ‘카르보나라 피자’가 완성됐다. 치즈, 판체타(이탈리아식 베이컨), 달걀노른자와 함께 피자로는 보기 드물게 파를 토핑으로 사용했다. 치즈와 판체타에서 날 수 있는 느끼한 맛을 줄이기 위해서라고 한다.
피자의 따뜻한 기운이 가시지 않았을 때 김 대표가 “파스타를 미리 주문하는 게 좋겠다”고 권했다. 파스타 면을 미리 삶아 놓지 않고 주문받은 뒤 삶기 때문에 시간이 꽤 걸린다는 얘기였다. 파스타는 약간 설익은 듯한 상태일 때 가장 맛있는데 면을 미리 삶아 놓으면 푹 퍼져서 칼국수처럼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파스타 중 ‘오리키에테’를 선택했다. 오리키에테는 스파게티 링귀니 등 롱 파스타에 대비되는 쇼트 파스타의 일종이다. 반죽을 뭉텅뭉텅 잘라 놓은 것이 수제비를 연상시킨다. 차진 오리키에테에 섞여 들어간 새콤한 미트소스가 입맛을 자극하고 바삭바삭한 허브 빵가루가 씹는 맛을 더한다.
알렉산더 맨션에서 용무가 없더라도 가볼 만한 곳이 있다. 화장실이다. 남성 화장실엔 구둣솔과 구두약, 구두 방수제가 있고 여성 화장실엔 향수와 헤어 트리트먼트, 구두 냄새 제거제가 있다. 남녀 화장실 모두 핸드크림은 기본으로 갖췄다.
좌석은 70여개가 있는데 비가 오는 날엔 테라스석을 이용할 만하다. 천장이 투명한 돔으로 돼 있어 빗물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낭만에 젖을 수 있다. 자연광이 들어오니 맑은 날 낮에도 나쁘지 않은 자리다.
■ 알렉산더 김 대표 “비싸다?…그만큼 맛있을 것”
길게 땋은 레게 머리, 반바지에 빨강 줄무늬 양말. ‘알렉산더 맨션’에 가면 범상치 않은 차림새로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남자를 볼 수 있다. 알렉산더 김 대표(40·사진)다. 독특한 차림새 때문에 개업 초기엔 사람들의 오해도 많이 샀다고 한다. 왠지 가볍고 예의 없어 보인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레스토랑을 지키는 모습을 보고 하나둘 단골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어머니와 함께 레스토랑을 지었다. 도면을 그리는 일부터 흙을 퍼 나르고 벽에 걸 그림을 구해 오는 일까지 직접 챙겼다. 전문 시공업체에 맡기면 2~3개월에 끝날 일이 1년 가까이 걸린 이유다. 이런 열정은 지금도 그대로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면 일을 하고 싶어 가슴이 설렌다”며 “오너이자 종업원이고 손님들의 말벗이라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생각하는 알렉산더 맨션의 최대 단점은 ‘비싼 가격’이다. 샐러드와 파스타가 3만~4만원대, 스테이크가 4만~9만원대로 웬만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두 배가 넘는다. 그는 그러나 “비싼 만큼 맛있는 곳이라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또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는 재료는 돌려보내고 이익을 더 내기 위해 재료를 아끼는 일도 없다”고 강조했다.
맛있다는 것 외에 김 대표가 말하는 이 레스토랑의 장점은 쉼터 같은 편안한 분위기다. 그는 단골손님이 오면 마치 친구처럼 옆에 앉아서 한참 동안 수다를 떨기도 한다. 김 대표는 “손님들이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편안하게 대화하고 몸과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 위치
서울 성북구 성북동 321 (02)765-7776
■ 메뉴
파스타 3만~4만7000원, 피자 2만8000~4만2000원, 스테이크 4만9000~9만7000원
■ 영업시간
점심 오전 11시30분~오후 2시30분, 저녁 오후 5시30분~10시30분
글=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사진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