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재테크 성과 좌우할 '세계경제 8大 미스터리'
요즘 들어 종전에 배웠던 이론과 관행으로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미스터리 현상’이 유독 많이 발생하고 있다. ‘뉴 노멀’이란 표현을 쓰기도 한다. 미스터리 현상은 경영과 투자에 있어 리스크 요인으로 직결돼 그 대처 여부에 따라 기업 생존과 투자 성과를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미스터리는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주재한 재닛 옐런 미 중앙은행 의장이 금리인상에 한발 다가서면서 왜 달러화 강세를 우려했느냐는 점이다. 지난 10월 말 양적 완화 종료 이후 일관되게 달러화 강세를 걱정했다. 내년에 금리를 올리더라도 ‘인내심을 갖고(be patient)’ 추진하겠다는 것에서도 지나친 달러화 강세에 대한 우려가 엿보인다.

그 답은 지난달에 치러진 중간선거 결과에 있다. 제로 금리와 양적 완화로 상징되는 버냉키-옐런식 정책 처방은 금융위기 극복에는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주가와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빈부격차가 확대돼 집권당인 민주당이 참패했다. 공화당은 자산가들이 전통적인 지지 기반이다. 지나친 달러화 강세로 포트폴리오 자금이 유입되면 빈부격차가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중국 경기가 연일 안 좋다고 하는데 상하이지수는 3000선을 훌쩍 넘어선 것도 ‘주가가 경기를 반영하는 얼굴’이라는 이론적 토대에서 보면 이해되지 않는다. 이 의문을 풀기 위해서는 현재 성장률인 연 7%대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종전 두 자릿수대 성장률과 비교하면 ‘침체’라고 할 수 있지만 1인당 소득이 7000달러에 도달한 경제발전 단계로 본다면 ‘적정한 수준’이다.

오히려 ‘고성장’에서 ‘위안화 국제화’로 경제정책의 우선순위가 이동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 이제는 ‘성장률이 얼마나 높으냐’에 관계없이 위안화 국제화 과제가 잘 추진돼 신뢰를 얻으면 외국자금이 얼마든지 유입돼 주가가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위안화의 국제화라는 과제는 계획보다 빨리 추진돼 기대보다 더 큰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미국 영국 일본 독일 등 주요 선진국들이 근로자의 임금이 올라가기를 왜 학수고대하고 있는가 하는 점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경기를 부양하려면 임금은 내려야 한다는 것이 종전의 상식이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끄는 2기 경제팀의 경기부양책에도 이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재테크 성과 좌우할 '세계경제 8大 미스터리'
선진국, 신흥국 가릴 것 없이 총수요 항목별 국내총생산(GDP) 기여도를 따진다면 민간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다. 특정국 경제에서 이제는 소비주체인 국민이 ‘최후의 보루(last resort)’인 시대가 됐다는 의미다. 집권 3기를 맞아 아베 정부가 엔저에 따라 특별이익이 발생한 수출기업들에 임금이나 배당을 올려주도록 ‘역바세나르 협정’ 체결을 가장 먼저 추진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국제 유가가 폭락하는데도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감산하기는커녕 오히려 증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가장 궁금해하는 현상 중 하나다. 1970년대 이후 유가가 급락할 때마다 OPEC은 감산을 통해 유가를 떠받쳐 왔다. 올 들어 유가 하락 폭이 50%에 달해 그 어느 하락기보다 큰 점을 감안하면 그 배경이 더욱 궁금하다.

이는 구조변화 때문이다. 세계가 하나의 국가가 되면서 국가 간 카르텔인 OPEC 결속력은 약화되고 있다. 원유 주도권 확보를 놓고 OPEC과 미국 셰일가스 개발업체 간 ‘치킨 게임’에서는 단기적으로 증산하는 것이 유리하다. 급한 마음에 생산을 줄여 유가를 끌어올리면 그 혜택은 고스란히 셰일가스 개발업체에 넘어가 원유 주도권을 영원히 잃어버리는 최악의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국제유가 급락 등에 따라 일부 신흥국의 통화 가치가 위험 수위를 넘어섰는데 왜 디폴트는 발생하지 않는가 하는 점도 의문이다. 러시아 루블화 가치는 1998년 모라토리엄(국가채무 불이행) 사태 당시보다 더 떨어졌다. 같은 신흥국에 속했다 하더라도 중국, 한국 등의 통화 가치는 안정적이거나 오히려 올랐다.

외화보유 등 위기판단지표가 개선되고 금융시스템이 건전해졌다는 의미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요인은 다른 데 있다. 세계가 하나의 시장인 시대에 신흥국에 위기가 발생했을 시 ‘역전염 효과(reverse spill-over effect)’로 그 어느 국가도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는 외화사정이 풍부한 국가나 국제통화기금(IMF)이 나설 수밖에 없다.

이 밖에 △각국 중앙은행이 돈을 푸는데 갈수록 말라가는 해당국 국민의 주머니 사정 △아베 정부 집권 3기를 맞아 아베노믹스는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데 엔·달러 환율은 하락하는 현상 △경기는 어렵다고 하면서 돈을 풀거나 금리를 내리는 데 인색한 한국은행 자세 등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세계와 한국 경제 앞날을 더 불투명하게 하는 요인들이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