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코스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의 R&D 협력을 통해 디스플레이에서 가전 분야까지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백우성 셀코스 대표(뒤쪽)가 직원과 함께 새로운 장비 개발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제공
셀코스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의 R&D 협력을 통해 디스플레이에서 가전 분야까지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백우성 셀코스 대표(뒤쪽)가 직원과 함께 새로운 장비 개발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제공
디스플레이 장비업체 셀코스는 2011년까지 매출이 45억원에 불과했지만 작년에는 네 배가 넘는 210억원을 올렸다. 철강재료를 가공하는 단조업체 칼텍도 작년에 전년(67억원)의 두 배가 넘는 138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들은 연구개발(R&D)을 통해 신제품 개발에 성공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R&D 인력이 크게 부족한데도 이 같은 성과를 거둔 배경에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하 생기원)의 도움이 있었다. 정부 출연연구소의 과학기술과 중소기업의 현장경험이 만나 히든챔피언이라는 꽃을 피운 사례다.

◆중기 성장의 핵심은 R&D

2007년 창업한 셀코스가 성장의 변곡점을 마련한 것은 2010년이다. 최범호 생기원 나노기술집적센터 수석연구원 등의 밀착 지원을 받으며 회사 주력 제품인 스퍼터(sputter) 등을 국내 대기업에 납품하는 데 성공했다. 스퍼터는 디스플레이 장치에서 액정을 조절하는 얇은 막(배향막)을 형성하는 장비다. 회사가 보유한 특허 네 건 중 세 건을 최 연구원의 도움을 받아 출원했다.

최근에는 스퍼터 기술을 활용해 오염물질 없이 크롬막을 도금하는 기술까지 개발해 가전업체에도 장비를 납품했다. 백우성 셀코스 대표는 “중소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술을 계속 개발해야 하는데 선행기술이 무엇인지조차 파악하기 어려웠다”며 “최 연구원의 도움으로 핵심 특허는 물론 신규 사업 진출까지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기계제조업체 칼텍은 생기원의 도움을 받아 기어 등 건설기계부품 제작 원자재인 ‘링 롤링 밀(ring rolling mill)’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기어 등을 제작할 때 사각 모양의 철 대신 동그란 반지 모양의 링 롤링 밀을 깎아서 만들면 버리는 재료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를 케이크처럼 잘랐을 때 ‘ㄷ’자 ‘ㄴ’자 등 다양한 단면이 나올 수 있게 해 깎는 양을 최소화하는 게 핵심 기술이다. 레드오션으로 꼽히는 단조 시장에서 칼텍이 1년 만에 매출을 두 배로 늘리는 데 성공한 이유다. 이찬주 생기원 뿌리산업기술혁신센터 선임연구원은 “현장 경험은 풍부하지만 이론적 배경이 부족한 게 칼텍의 약점이었다”며 “관련 공정을 설계하고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시뮬레이션 방법 등을 지원해 좋은 성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컨설팅 등 맞춤형 지원

1989년 출범한 생기원은 실용화 중심 생산기술을 개발하는 정부 출연연이다. 중소·중견기업이 기술 실용화 과정에서 부딪히는 문제를 맞춤형으로 해결해주는 데 주력하고 있다. 810여종의 장비와 34개의 공용 실험실을 외부에 개방 했으며 기술 지원 전용 상담센터 등도 운영하고 있다. 기술 컨설팅은 물론 장비 활용 지원, 인력 파견, 기술 이전 등 지원 형태도 다양하다.

최근에는 선임급 이상 육성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짝을 이뤄 3~5년간 집중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일명 ‘생기원형 글로벌기업’ 육성사업이다. 매년 7% 이상의 고성장을 이룬 신성장기업, 세계 수준의 기술경쟁력을 보유한 기술혁신형기업, 환경 개선에 이바지하는 녹색기업 등을 육성하고 있다. 작년 한 해 668개의 기업을 지원해 이 가운데 206개의 신성장기업, 126개의 기술혁신형기업, 9개의 녹색기업을 육성했다.

이영수 생기원 원장은 “중소·중견기업은 창조경제를 이끌어갈 가장 든든한 성장 엔진”이라며 “출연연의 기술과 중소기업의 현장 경험을 결합해 기술사업화 성공률을 높여나가는 데 중점을 둘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