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경한 오바마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19일(현지시간) 소니픽처스엔터테인먼트 해킹 공격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미 연방수사국(FBI)의 공식 발표에 대해 “미국은 북한에 ‘비례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보복 대응에 나설 것임을 경고했다. 워싱턴AP연합뉴스
< 강경한 오바마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19일(현지시간) 소니픽처스엔터테인먼트 해킹 공격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미 연방수사국(FBI)의 공식 발표에 대해 “미국은 북한에 ‘비례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보복 대응에 나설 것임을 경고했다. 워싱턴AP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소니픽처스엔터테인먼트 해킹 사건을 북한의 소행이라고 공식 지목하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응징’을 예고해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추가 대북 제재 여부에 따라 북·미 관계가 악화되면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될 수도 있다.

북한은 21일 국방위원회 정책국 성명에서 “미국이 근거 없이 우리를 해킹 배후로 지목했다”며 “백악관과 펜타곤 그리고 테러의 본거지인 미국 본토를 겨냥한 초강경 대응전을 벌일 것”이라고 맞받았다.

미국은 이번 사안을 해커 집단의 영화사 해킹이라는 단순 사이버 공격이 아니라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중대한 안보문제로 보고 있다.

○FBI, “북한 소행” 발표

[北 '소니 해킹' 후폭풍] 오바마 '눈에는 눈'…北에 사이버 보복공격·추가 금융제재 검토
미 연방수사국(FBI)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소니 해킹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해킹 공격에 사용된 데이터 삭제용 악성 소프트웨어와 북한의 해커들이 과거에 개발했던 다른 악성 소프트웨어가 연계돼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북한이 작년 3월 한국의 시중은행과 언론사들을 공격할 때 사용한 악성 소프트웨어와 이번 공격에 쓰인 프로그램이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평화의 수호자(GOP)’라고 주장하는 해커단체는 지난달 24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암살을 소재로 한 코미디 영화 ‘인터뷰’를 제작한 소니의 컴퓨터시스템을 해킹했다. 소니 측은 할리우드 배우와 감독, 전·현직 임직원 등 4만7000명의 신상정보, 미개봉 블록버스터 영화 등 기밀 정보가 유출되는 큰 피해를 봤다.

GOP는 그후 소니 직원들에게 이메일 등을 보내 9·11 테러를 거론하며 영화 상영을 포기하라고 압박했다. 테러위협을 느낀 소니는 지난 17일 영화 개봉을 취소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소니의 ‘인터뷰’ 개봉 취소에 대해 북한의 위협에 굴복했다며 “실수했다”고 비판했다. 소니 측은 이에 대해 “극장 체인이 개봉을 거절했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취소하는 것 외에 대안이 없었다”고 말했다. 소니 는 “북한에 굴복했다”는 비판 여론이 대두되자 다른 플랫폼으로 ‘인터뷰’를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美, 왜 강경 대응 나섰나

소니 해킹 사건은 북한이 미국 민간기업의 네트워크를 침투한 첫 사이버 공격이다. 그동안 중국 등의 해킹 단체들이 여러 차례 미 기업의 컴퓨터 시스템을 공격했지만 대부분 상업적 이익이나 정보 취득을 위한 데이터 절취가 목적이었다. 하지만 북한의 소니 해킹은 테러위협 등 ‘강압’을 통해 영화 상영을 취소시키는 게 목적이었다.

미 정부 고위관리는 “미 네트워크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여러 번 봐 왔지만 소니 해킹은 그 성격이 강압적이고 파괴적이라는 점에서 기존 사이버공격과 차원이 다르다”고 밝혔다.

FBI는 북한의 소행은 미국 기업에 엄청난 손해를 끼치고 미국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북한에 대해 보복응징을 경고한 데는 사이버공격이 미국의 전통적인 안보개념을 뒤흔들어 놓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CNN에 출연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에 의해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나라는 쿠바 이란 시리아 수단 등 4개국이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