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이후 정치권 지형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당장 야권의 변화가 관심이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양당체제가 굳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새정치연합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그런 점에서 이번 헌재 결정에 대한 새정치연합의 대응은 너무도 무책임하다. 당의 공식 입장만 봐도 “헌재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면서도 “민주주의 기초인 정당의 자유가 훼손된 것을 심각하게 우려한다”는 이중적 레토릭이다. 당내 유력인사들의 언급은 더욱 빗나간다. 대표 격인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헌법적 가치 중 가장 중요한 건 정당의 자유를 포함한 결사·사상의 자유인데, 앞으로의 상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유력한 당권 도전자인 문재인 의원은 “국가 권력이 정당의 해산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잘못에 대한 반성은 한마디도 없다. 정부와 헌재를 공격하고, 통진당에 대한 평가 책임을 국민에 돌리고 있다. 이는 제1야당의 모습이 아니다.

새정치연합이 2012년 총선을 앞두고 소위 원탁회의의 엄호 속에 당시 한명숙 대표와 이정희 통진당 대표 간 선거연대를 통해 통진당에 국회 진출을 위한 다리를 놓아줬던 것을 국민은 다 안다. 바로 원죄론이다. 마침내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라는 숨은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정당으로 확인돼 해산된 지금, 이들을 국회에 끌어들인 죄과는 엄중하다.

물론 문제를 전혀 모른다고 보지 않는다. 그렇지만 아무도 대국민 사과는커녕 반성도 하지 않는다. 아직까지 통진당을 감싸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얄팍한 표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인가. 오류를 시인하지 않는 불감증이 심각하다.

야당의 구심점인 새정치연합의 정체성은 보다 분명해져야 한다. 진정 종북과 단절하겠다면 당시 선거연대에 책임이 있는 인사들 스스로 탈당이든, 은퇴든 결단을 해야 한다. 그게 안 되면 제명, 출당 등으로 고리를 끊어야 한다. 이번 기회에 낡은 인민주의와 결별하지 못하면 새정련이 아니라 더는 한국 민주주의에 희망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