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포퓰리즘에 국가부채도 급증
美 금리인상 전 대비책 마련해야"
조하현 < 연세대 경제학 교수 hahyunjo@hanmail.net >
재정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사례는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과도한 복지지출이 초래한 남유럽의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재정위기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으며, 그런 점에서 복지지출을 크게 늘린 내년도 예산안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 최근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된 것도 소비세 추가인상 연기로 인해 재정건전성 목표 달성이 불확실해졌기 때문이다. 그나마 일본은 국채의 대부분을 자국민이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큰 위기는 없겠지만 한국 국채는 중국 등 해외자본 소유가 많아 재정의 기초체력이 약하다.
가계부채 증가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다. 주택경기부양을 위해 시행된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의 규제완화로 인해 지난 3분기 말 가계부채는 석 달 사이 22조원이나 증가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 자료에 의하면 이 시기의 대출은 원래 취지와는 어긋나게 대부분이 생활자금 마련에 쓰였다. 여기에 퇴직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자금 부족으로 대거 창업에 뛰어들었으나 불경기로 인해 수입이 저조해지면서 자영업자 대출도 크게 늘고 있다.
대외 여건도 가계부채의 미래 상황에 불리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양적 완화를 종료한 미국이 내년 상반기에 본격적으로 금리를 올리면 한국도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금리 인상을 고려해야 한다. 만약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리면 이자 부담이 증가해 가계부채 문제가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미국의 경기회복으로 수출 호조가 예상되지만 중국, 일본 등 주변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통화가치를 절하하고 있어 한국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이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가부채를 줄이는 핵심은 경기를 회복시켜 세수(稅收)를 늘리고 불필요한 재정지출을 억제하는 것이다. 하지만 저물가, 저성장이 장기화되고 대외 불확실성이 증가해 각종 경기부양책은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세수증대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며, 더 중요한 것은 대내외 여건 변화에 맞춰 경제구조를 개혁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세수 확대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민소득을 증대시켜 세수가 증가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다. 이를 위해 밖으로는 미국의 금리 인상과 수출경쟁력 약화에 대비하고 안으로는 베이비붐 세대의 노후 관리와 가계부채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
미래에 대한 준비 없이 복지지출을 늘리는 포퓰리즘적 예산 편성을 지양해야 한다. 포퓰리즘으로 국가경제 전체가 흔들린 수많은 역사적 사례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가계부채를 늘리는 요인들도 신중하게 살펴봐야 할 때다. DTI와 LTV 등 대출규제를 지금보다 더 완화하면 가계부채 증가속도를 감당하기 어렵다. 정부가 보다 현실적인 대책을 세워 가계부채와 국가부채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길 희망한다.
조하현 < 연세대 경제학 교수 hahyunjo@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