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3·4세 경영인들의 고독과 일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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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석 편집국 부국장 ygs@hankyung.com
필연으로 다가온 오너가(家) 3·4세 경영시대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각들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그들은 선대(先代)가 키워 놓은 거대 기업을 이끌 자질과 능력을 갖추고 충분한 경험을 쌓았는가. 창업세대나 2세대처럼 전문 경영인그룹과 조직의 생리를 속속들이 이해하고 현장에서 함께 뒹굴며 자발적 헌신을 유도해낼 수 있을까.
의문의 근원은 무엇보다 선대 때는 상상할 수 없었던 방향으로 세계 경제 환경이 급변하고 있고, 이에 따른 경영 패러다임 전환과 존중받는 리더십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현실이다. 고독한 결단 앞에 서야 하는 후계자들에 대한 검증과 평가의 잣대가 촘촘해질 수밖에 없을 듯하다.
또 흔들리는 ‘한국식 오너경영’
2008년 가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우리 기업들은 환율 효과에 힘입어 세계에서 가장 빨리 어려움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 기술력에선 일본을 추월하고 가격 경쟁력은 중국에 앞서는 이른바 ‘역(逆) 샌드위치’라는 말까지 나왔다. 소니 도시바 등 일본의 주력 전자기업들이 스마트폰은 물론 반도체 TV 가전시장을 삼성 LG전자에 내주며 한꺼번에 무너졌다. 미국 중국 유럽 시장에선 현대·기아자동차가 질주했다.
2세대 경영자 이건희 삼성 회장과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최악의 위기를 돌파해내며 한국 기업사에 길이 남을 ‘글로벌화’라는 대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 신속한 의사결정과 과감한 실행이라는 ‘한국식 오너경영’이 더욱 빛을 발했고, 임직원들은 극한의 긴장 속에서 분투했다.
1997년 외환위기 때는 애국심이라는 국민적 기제(機制)가 뜨겁게 작동했다. 장롱 깊숙이 숨겨 놓았던 아기 돌반지까지 내놓으며 한마음으로 국가대표선수 기업들을 응원했다. 구조조정으로 직장을 잃은 많은 월급쟁이들은 불안하지만 운명으로 받아들이며 도전을 마다하지 않았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으로 대한항공 임직원 사이에 놓여 있는 불신의 간극이 드러나고 국민적 분노를 부르고 있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재벌가 일원의 일탈과 방종, 전문 경영인들의 묘한 침묵이 불행한 결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세계 기관투자가들에 의결권 행사 방향을 자문해주는 미국 ISS라는 곳은 벌써부터 오너가를 겨냥해 목소리를 높인다.
같은 목표 가치 공유가 먼저
삼성그룹이 내년 전 임원의 임금을 동결한 것은 한국 기업이 마주한 위기의 진폭을 잘 보여준다. 원유값 폭락이 우리 경제에 축복이 될지, 저주가 될지 예단하기 쉽지 않다. 소비자들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국경 없는 소비시대를 만끽한다. 저성장 시대에 확장 경영에 나서는 것도 쉽지 않다. 좋은 평가를 바이러스처럼 빨리 퍼뜨리는 ‘바이럴 마케팅’이 ‘바이럴 저주’로 뒤바뀌는 건 순식간이다.
산업 기자 시절 적지 않은 오너 가문 후계자를 만나볼 기회가 있었다. 소주잔을 기울이며 선대보다 잘해야 한다는 중압감을 털어놓는 분들이 많았다. 화려한 무대 뒤편에서 부친의 조연역을 자임했다. 내부 구성원들이 무시할 수도 있다는 걱정에 애써 근엄한 표정을 짓고, 독한 어휘를 쓸 때가 있다고도 했다.
구성원 모두가 하나의 목표, 하나의 가치를 향해 나갈 때 기업에 위기는 기회가 됐다. 우리 조직이 목표와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지 뒤돌아보는 많은 시간을 가질 것을 젊은 후계자들에게 권한다.
유근석 편집국 부국장 ygs@hankyung.com
의문의 근원은 무엇보다 선대 때는 상상할 수 없었던 방향으로 세계 경제 환경이 급변하고 있고, 이에 따른 경영 패러다임 전환과 존중받는 리더십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현실이다. 고독한 결단 앞에 서야 하는 후계자들에 대한 검증과 평가의 잣대가 촘촘해질 수밖에 없을 듯하다.
또 흔들리는 ‘한국식 오너경영’
2008년 가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우리 기업들은 환율 효과에 힘입어 세계에서 가장 빨리 어려움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 기술력에선 일본을 추월하고 가격 경쟁력은 중국에 앞서는 이른바 ‘역(逆) 샌드위치’라는 말까지 나왔다. 소니 도시바 등 일본의 주력 전자기업들이 스마트폰은 물론 반도체 TV 가전시장을 삼성 LG전자에 내주며 한꺼번에 무너졌다. 미국 중국 유럽 시장에선 현대·기아자동차가 질주했다.
2세대 경영자 이건희 삼성 회장과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최악의 위기를 돌파해내며 한국 기업사에 길이 남을 ‘글로벌화’라는 대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 신속한 의사결정과 과감한 실행이라는 ‘한국식 오너경영’이 더욱 빛을 발했고, 임직원들은 극한의 긴장 속에서 분투했다.
1997년 외환위기 때는 애국심이라는 국민적 기제(機制)가 뜨겁게 작동했다. 장롱 깊숙이 숨겨 놓았던 아기 돌반지까지 내놓으며 한마음으로 국가대표선수 기업들을 응원했다. 구조조정으로 직장을 잃은 많은 월급쟁이들은 불안하지만 운명으로 받아들이며 도전을 마다하지 않았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으로 대한항공 임직원 사이에 놓여 있는 불신의 간극이 드러나고 국민적 분노를 부르고 있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재벌가 일원의 일탈과 방종, 전문 경영인들의 묘한 침묵이 불행한 결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세계 기관투자가들에 의결권 행사 방향을 자문해주는 미국 ISS라는 곳은 벌써부터 오너가를 겨냥해 목소리를 높인다.
같은 목표 가치 공유가 먼저
삼성그룹이 내년 전 임원의 임금을 동결한 것은 한국 기업이 마주한 위기의 진폭을 잘 보여준다. 원유값 폭락이 우리 경제에 축복이 될지, 저주가 될지 예단하기 쉽지 않다. 소비자들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국경 없는 소비시대를 만끽한다. 저성장 시대에 확장 경영에 나서는 것도 쉽지 않다. 좋은 평가를 바이러스처럼 빨리 퍼뜨리는 ‘바이럴 마케팅’이 ‘바이럴 저주’로 뒤바뀌는 건 순식간이다.
산업 기자 시절 적지 않은 오너 가문 후계자를 만나볼 기회가 있었다. 소주잔을 기울이며 선대보다 잘해야 한다는 중압감을 털어놓는 분들이 많았다. 화려한 무대 뒤편에서 부친의 조연역을 자임했다. 내부 구성원들이 무시할 수도 있다는 걱정에 애써 근엄한 표정을 짓고, 독한 어휘를 쓸 때가 있다고도 했다.
구성원 모두가 하나의 목표, 하나의 가치를 향해 나갈 때 기업에 위기는 기회가 됐다. 우리 조직이 목표와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지 뒤돌아보는 많은 시간을 가질 것을 젊은 후계자들에게 권한다.
유근석 편집국 부국장 y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