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훈 기자 ] 현대자동차가 고급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디자인과 성능 부문에서 외국인 전문가 투톱 체제를 구축했다. 앞으로 현대차의 상품 변화가 주목된다.

22일 현대차는 독일 BMW그룹에서 30년 간 일해온 고성능 자동차 전문가인 알버트 비어만(57)을 남양연구소의 시험·고성능차 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피터 슈라이어 현대기아차 디자인 총괄 책임자(사진 왼쪽)와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로 자리를 옮긴 알버트 비어만 부사장(사진 오른쪽)
피터 슈라이어 현대기아차 디자인 총괄 책임자(사진 왼쪽)와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로 자리를 옮긴 알버트 비어만 부사장(사진 오른쪽)
현대차가 제품 개발 부문에서 해외 경쟁 업체의 고위직 임원을 영입한 것은 기아차가 2006년 아우디·폭스바겐에서 일하던 디자인 총괄 피터 슈라이어(62)를 스카우트 한 이후 처음이다.

비어만은 BMW 고성능 차량 M시리즈 개발을 맡아온 인물로 내년 4월부터 현대차의 주행 성능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맡게 된다.

현대차가 프리미엄 자동차 1등 브랜드인 BMW의 고위 기술 임원을 영입한 것은 BMW 등 유럽 고급차 메이커의 주행 감성을 쫓아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앞서 디자인 부문의 슈라이어 영입 카드는 기아차의 'K시리즈' 히트 상품을 만들고 디자인 성과를 내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후 디자인 총괄 책임자였던 슈라이어는 2012년 외국인 최초로 현대차 사장으로 승진했다.

현대차는 새 외국인 임원 영입으로 디자인은 슈라이어 사장을, 주행 감성 부문은 비어만 부사장을 투톱 체제로 내세워 상품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비어만 부사장 영입을 계기로 현대·기아차의 주행품질을 끌어올리고 고성능 스포츠카도 개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기아차는 그동안 해외 시장에서 디자인 품질은 향상됐으나 주행 성능은 아직 유럽 자동차 업체들을 따라잡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현대차는 비어만 부사장이 합류하면 고성능 차량 개발 기술력을 한 단계 높이고 양산 차종에 고성능 기술을 접목시켜 판매 모델들의 경쟁력 강화를 이뤄낸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은 고성능차를 통해 기술력을 홍보하거나 관련 기술들을 양산차에 적용하는 추세가 확대되고 있다. 올해 현대차가 WRC(월드 랠리 챔피언십) 참가를 선언한 배경도 모터스포츠를 통해 유럽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회사 관계자는 "세계 최고 기술력을 자랑하는 비어만 부사장 영입으로 유럽의 프리미엄 차들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