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前 비서실장 부패혐의 조사
후진타오(胡錦濤) 전 중국 국가주석의 비서실장(당 중앙판공청 주임)을 지낸 링지화(令計劃) 통일전선공작부장(사진)이 부정부패 혐의로 중국 당국의 내부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2일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제12기 전국위원회 부주석인 링 부장이 현재 엄중한 기율 위반 혐의로 조직 내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앙판공청 주임은 한국의 청와대 비서실장과 경호실장을 겸하는 막강한 자리다.

중국 당국은 링 부장의 혐의를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았지만 링 부장이 신 중국 건국 이후 최악의 부정부패 사건으로 거론되는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무위원 겸 정법위원회 서기 사건에 연루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링 부장은 그의 지지 세력으로 알려진 ‘산시방(山西幇·산시성 정재계 인맥)’ 출신 인사가 줄줄이 낙마하고 가족들도 부정부패 혐의로 잡혀가면서 최근 체포 임박설이 제기돼 왔다. 산시성 정치협상회의 부주석이던 친형은 지난 6월 체포됐다. 사업가인 막내 동생은 사정 당국에 제 발로 걸어들어가 링 부장이 매관매직했으며 6대 트럭분의 황금, 서화, 골동품을 고향 모처에 빼돌렸다고 고자질한 것으로 알려졌다.

링 부장은 저우융캉 전 정법위 서기,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서기, 쉬차이허우(徐才厚) 전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등과 ‘신4인방’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신4인방은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집권에 반대해 쿠데타를 기도했던 4명의 고위 간부 출신을 세간에서 일컫는 말이다. 시진핑 체제 들어 수많은 고위급 관리들이 낙마했지만 장관급의 현직 고위급 당 간부가 부정부패 혐의로 조사받는 것은 이례적이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시진핑 주석의 반부패 조사가 후진타오나 장쩌민 등 전임 국가 주석까지는 가지 않는 것으로 지도부 간 타협이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