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아' 대박난 대명엔터 알고보니…대명그룹 숨은 '효자'
대명그룹의 유일한 상장 계열사인 대명엔터프라이즈가 금융투자업계와 영화계 양쪽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 회사가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 대명문화공장이 배급한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이하 님아)가 쟁쟁한 대작들을 제치고 흥행 돌풍을 일으키면서부터다.

거침없는 기세로 박스오피스를 점령하고 있는 '님아'와 더불어 대명엔터프라이즈 주가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 '님아' 개봉 후 대명엔터 주가 49%↑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명엔터프라이즈 주가는 '님아' 가 개봉한 지난달 27일부터 전날까지 48.61% 급등했다. 이 기간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전체 종목 가운데 15번째로 높은 주가 상승률이다.

대명엔터프라이즈 주가는 올 들어 내내 700~800원 사이를 오가다 지난 12일 처음으로 1000원 위로 올라왔다. 지난 16일에는 단기 과열을 이유로 하루 동안 거래가 정지되기도 했다. 이날 낮 1시20분 현재 보합권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 회사 주가가 수직 상승한 건 '님아'의 예상치 못한 흥행 덕분이다. 89세 소녀감성의 강계열 할머니와 98세 로맨티스트 조병만 할아버지의 76년간 사랑을 그린 '님아'는 전날까지 누적관객 251만명을 기록하며 독립 영화 사상 첫 300만 돌파를 바라보고 있다.

할리우드 대작 영화 '호빗'과 황정민·김윤진을 앞세운 '국제시장'도 '님아'의 흥행 열기를 막지 못하는 상황. 이 영화의 현재까지 매출은 약 188억원으로 집계됐다.

대명엔터프라이즈의 자회사 대명문화공장이 '님아'의 배급과 투자를 동시에 맡은 점을 감안하면 영화 수익 20% 이상이 대명문화공장의 수익으로 잡힐 전망이다. 투자업계에서는 관객이 300만명을 돌파할 경우 약 50억원의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 대명엔터, 대명그룹 유일 상장 계열사

대명엔터프라이즈 주가가 '님아' 흥행으로 단기간에 급등했지만 앞으로도 상승 잠재력은 충분하다는 게 투자업계 시각이다.

모회사인 대명그룹의 유일한 상장 계열사로서 그룹의 지원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사업을 꾸려갈 수 있고 자회사를 통한 수익 창출도 기대할 수 있어서다.

대명그룹은 강원도 홍천과 고성, 충북 단양 등에 콘도미니엄과 워터파크(비발디파크)를 보유한 회사다. 대명엔터프라이즈는 이 대명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 서 있는 대명홀딩스의 자회사로 중간지주회사 역할을 맡고 있다.

자회사인 대명코퍼레이션과 대명문화공장을 통해 각각 기업 소모성자재 구매대행(MRO) 사업과 영화투자배급업을 영위하고 있다. 대명웨딩엔드라는 자회사를 통해 웨딩 사업도 병행한다.

박중선 키움증권 연구원은 "MRO 사업은 대명그룹 워터파크와 콘도 운영에 필요한 자재 공급, 시설 내 슈퍼마켓 소매업 등으로 올해 3분기까지 매출 1061억원을 달성했다"며 "영업이익도 3분기 60억원을 넘어 연간 80억원까지 가능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MRO를 주력으로 하는 아이마켓코리아의 최근 주가수익비율(PER)이 30배인 데 반해 대명엔터프라이즈는 18배 수준이어서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수준) 매력도 높다"며 "무엇보다 보유 현금과 시가총액 규모를 볼 때 저평가 돼 있다"고 분석했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3분기 말 연결기준 대명엔터프라이즈의 보유 현금은 518억원에 달하며 부채비율도 23%로 낮다. 전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1023억원에 불과하다.

박 연구원은 "대명엔터프라이즈는 약 600억원의 비영업자산가치와 1700억원을 웃도는 MRO, 영화, 웨딩사업 가치를 보유하고 있다"며 "지분구조 상 SPC그룹의 유일한 상장사인 삼립식품과 비교할 만 하다"고 말했다.

삼립식품이 안정적인 내수 사업을 기반으로 성장성 있는 사업을 자회사로 받아들여 시가총액 1조원까지 급증한 것처럼 대명엔터프라이즈도 이같은 성장 시나리오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