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 '오드리헵번賞'
불발 수류탄에 다친 어린이 수술
어른 돼 결혼한다는 얘기에 '뿌듯'


그는 지난 20년간 베트남 미얀마 인도네시아 몽골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안면성형 봉사를 해 왔다. 베트남과 수교가 막 시작된 1990년대 초 주베트남 한국대사관 측과의 교감으로 봉사를 시작했고 현재까지도 베트남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그는 “베트남과 한국의 인연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불행한 과거사가 닮아 더 마음이 갔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의 후원도 도움이 됐다.
백 교수는 지난 6월 베트남에 열흘 동안 머물며 구순구개열, 합지증, 육손 등 150여명의 기형환자를 고쳐줬다. 지난달에는 인도네시아로 건너가 환자 40여명을 돌봤다. 한 번 출장 시 정형외과 순환기내과 등 다른 진료과 의사와 마취사 간호사 등 20~40명이 함께 움직인다. 치료하는 데만 주력하지 않고 현지에 인프라를 정착시키고 기술을 이전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봉사에 대한 의무감이 어디서 생기냐고 물으니 “어차피 어디에서 수술하든 마찬가지다. 내가 하는 일을 하는 것일 뿐 이제는 익숙해져서 힘들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버려진 수류탄을 갖고 놀다 폭발로 온몸이 찢긴 한 어린 베트남 환자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목과 얼굴, 가슴이 서로 눌어붙고 손마저도 녹아버린 환자를 여섯 번에 걸친 대수술 끝에 가까스로 회복시켰다. “처음엔 참혹했는데 나중엔 많이 좋아졌어요. 지난번에 부모랑 같이 입국해 직접 재배한 땅콩을 갖다 줬는데, 일도 하고 여자친구도 생겨서 결혼한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뿌듯했습니다.” 턱관절 강직증으로 사회생활이 불가능하던 환자를 고쳐준 뒤 그 환자가 의사가 돼 한 병원에서 우연히 마주친 것도 기억에 남는 일이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