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바게뜨-뚜레쥬르, 베이커리 '대륙 혈투'
파리바게뜨-뚜레쥬르, 베이커리 '대륙 혈투'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둔 지난 23일 오후 베이징시 왕징에 있는 뚜레쥬르 한궈청점. 저마다 케이크를 손에 든 10여명의 손님이 계산대 앞에 줄지어 서 있었다. 같은 시간 뚜레쥬르와 300m 정도 떨어져 있는 파리바게뜨 화롄점도 비슷한 모습이었다. 제빵사들이 부지런히 케이크를 매장 뒤편의 제빵실에서 진열대로 나르고 있었고, 계산대에서는 4명의 직원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국내 베이커리 시장의 맞수인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가 중국에서도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13%씩 고속 성장하고 있는 중국 시장이 두 회사의 새로운 격전지로 부상했다.

뚜레쥬르 한궈청점은 ‘프리미엄 매장’ 콘셉트로 지난 3월 처음 문을 열었다. 다른 매장보다 가격은 다소 비싸더라도 좋은 재료로 만들었다는 점을 집중 홍보했다.

장은지 점장은 “개점 당시 하루 평균 매출이 4만3000위안(약 760만원)이었는데 꾸준히 늘어나 지난달엔 4만6000위안(약 811만원)을 기록했다”며 “한국에서도 이 정도 매출을 내는 매장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뚜레쥬르가 한궈청점을 내자 맞은편에 있는 파리바게뜨 화롄점도 곧바로 프리미엄 매장인 ‘파리바게뜨 시그니처’로 새단장해 문을 열었다.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는 각각 2004년과 2005년에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2012년까지만 해도 전체 매장 수에서 파리바게뜨는 104개로, 뚜레쥬르(19개)를 압도했다. 하지만 뚜레쥬르가 지난해부터 공격적인 출점에 나서면서 두 회사 간의 경쟁이 본격화됐다.

뚜레쥬르는 지난해 쓰촨성을 시작으로 허난성 산시성 푸젠성 신장위구르자치구 등 8개 성에서 중국 현지 업체들과 잇달아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했다. 뚜레쥬르로부터 라이선스를 취득한 중국 업체가 해당 지역에서 책임지고 매장을 운영하면서 뚜레쥬르에 로열티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 덕분에 뚜레쥬르 매장 수는 지난해 42개, 올해는 58개로 증가했다. 뚜레쥬르는 현재 3개 성에서 추가로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을 맺기 위한 파트너 선정 작업을 하고 있다.

그동안 본사 직영 전략을 고수해오던 파리바게뜨도 내년부터는 마스터프랜차이즈 방식으로 현재 베이징 상하이 등 일부 대도시에 국한된 매장을 중국 전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문상준 파리바게뜨 중국사업본부장은 “불과 4, 5년 전만 해도 중국은 빵을 먹는 문화가 형성돼 있지 않아 베이커리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들이 많지 않았다”면서 “최근 소득 수준이 빠르게 높아지면서 베이커리 제품이 대중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는 향후 1~2년이 중국 사업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전체 매장 수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게 되면 규모의 경제 효과로 두 회사의 중국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내년에, 뚜레쥬르는 이르면 2016년에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베이징=김동윤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