强달러·中소비·低유가…그리고 박스피
올해를 2011.34에서 시작한 코스피지수는 24일 1946.61로 약 1년간 1% 가까이 뒷걸음질쳤다. 미국 일본 중국 등 주변국 증시가 일제히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증시 관련 뉴스에서 1년 내내 ‘박스피(박스권에 맴도는 코스피)’란 말이 회자됐을 정도로 치고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푸른색’ 뚜렷한 청마의 해 증시

强달러·中소비·低유가…그리고 박스피
달러화 강세, 중국 소비주 약진, 유가 급락, 배당주 강세, 파생상품 녹인(knock in·손실구간 진입) 등도 올해 증시를 특징지은 키워드로 꼽힌다.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올해 초 80.18에서 23일(현지시간) 90.32로 10% 이상 올랐다. 달러화 강세는 수출기업에는 호재지만 주식시장 자금 수급 면에선 악재다. 환 손실을 우려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 보유를 꺼리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서만 2조200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유가 급락도 증시 부진의 한 요인으로 거론됐다. 원유값 폭락을 세계 경제 위험 신호로 해석한 글로벌 ‘큰손’들이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에서 자금을 뺐다는 설명이다.

녹인이라는 용어는 올해 일반에 널리 알려졌다. 조선, 정유주를 기반으로 한 종목형 주가연계증권(ELS)이 무더기로 손실구간에 진입한 탓이다. ELS의 기초자산이 계약 시점보다 40~50% 이상 떨어지면 녹인 상태가 된다. 이때 기초자산의 하락률만큼 원금을 떼인다. 종목형 ELS의 녹인은 주식 현물시장에도 악영향을 준다. 녹인 직전에는 해당 기초자산의 추가 하락을 점치는 헤지펀드들이 관련주들을 일제히 공매도한다. 녹인이 확정되면 상품을 발행한 증권사들이 기초자산 현물을 내다 판다. 덩치가 큰 대형주라도 이 악순환 과정을 겪으면 주가가 20~30%씩 떨어지는 게 보통이다.

부진한 장세에도 불구하고 소비주들은 분위기가 좋았다. 중국에 시장 기반이 있거나 유커(중국인 관광객) 유입으로 이익이 늘어나는 상장사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뛰었다. 아모레퍼시픽 오리온 등이 대표적 사례다.

◆2015년 증시도 올해와 비슷할 전망

올해 종목별 희비는 극명했다. 코스피200 종목 중 올 들어 주가가 가장 많이 뛴 종목은 건축자재업체 아이에스동서(올 들어 23일까지 주가 상승률 206.58%)였다. 삼립식품(142.52%), 아모레퍼시픽(127.20%), 동원F&B(121.21%) 등도 연초에 비해 두 배 이상 주가가 오른 종목이다. 화장품을 필두로 한 소비주들이 대체로 좋은 성적을 냈다. 항공주 등 유가하락 수혜주들도 하반기 이후 반전에 성공했다. 반면 조선, 화학, 태양광 관련주들은 부진한 성적을 냈다. 현대미포조선(-59.83%), 한진중공업(-58.62%), OCI(-57.64%) 등은 주가가 반 토막 이하로 떨어졌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몇 년째 줄고 있는 상장사 이익이 늘어나거나, 정부가 화끈한 경기부양책을 펴지 않는 한 박스피 탈출이 어렵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