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가구 새로운 트렌드
집처럼 편한 리빙오피스
몸에 맞는 의자·책상 중요
퍼시스 열정에 협업 결정
'우아한 의자' 내놓을 것

이탈리아의 건축가 겸 디자이너인 클라우디오 벨리니가 사무가구 전문기업 퍼시스의 의자브랜드 ‘시디즈’와 협업(컬래버레이션)하기 위해 최근 방한했다.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면서 여러 브랜드와 함께 일해 온 그는 “유명 브랜드인지 여부가 협업의 기준이 아니다”며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제품에 가치를 부여하는 일을 하는 회사인지를 보고 결정한다”고 말했다. 그가 퍼시스와 일하기로 결정한 이유다.
그는 디자이너인 아버지 마리오 벨리니 밑에서 1987년부터 일을 배웠다. 2006년에 독립해 자신의 이름을 내건 스튜디오를 열었다. 건축가이자 디자이너로서 그는 자신만의 작업을 하는 동시에 세계를 돌아다니며 ‘아르테미데’ ‘드리아데’ 등 명품 디자이너 가구회사와 함께 일했다. 퍼시스 브랜드(퍼시스, 일룸, 시디즈)와 10개가량 협업을 동시에 진행 중이고, 세계 브랜드를 합치면 80여개에 달한다.
평소 부드러운 소재와 곡선을 강조하는 디자인을 추구해온 벨리니는 “의자는 인체의 복사본이기 때문에 디자인하기 어려운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시디즈와는 T60, 버튼 등의 의자를 만들었는데 이번에는 공식회의나 캐주얼한 모임 등 다양한 상황과 장소에서 쓸 수 있는 우아한 디자인의 의자를 만들 계획”이라며 “가구는 우리 삶의 방식, 사회·경제적 배경, 문화 등과 직결돼 있기 때문에 단순히 스타일을 디자인하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좋은 디자인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벨리니는 “예쁜 모양을 갖췄다고 좋은 디자인이라고 할 순 없다”며 “제품의 본디 기능에 충실하게 만들어졌는지가 좋은 디자인의 첫째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벨리니는 “많은 시간을 의자에 앉아서 보내기 때문에 내 몸에 딱 맞는 의자를 만났을 때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며 “앞으로는 사람들이 편하게 느끼는 사무환경을 만들기 위한 가구, 리빙오피스 개념의 제품이 새로운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디자이너를 꿈꾸는 한국 학생들에게 조언을 부탁하자 그는 “세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시각을 열어두되 반드시 모국에서부터 디자인을 시작하라”고 말했다. “독창적인 문화를 존중하고 나만의 재산으로 만들어야만 세계 무대에서도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벨리니는 한국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에겐 “단기적 시각으론 디자인을 비용으로 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론 투자라고 생각하고 경영전략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객의 감성을 건드릴 수 있는 것이 디자인이고 그 회사의 스토리를 담을 수 있는 것도 디자인이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제품 디자인뿐 아니라 경영방식, 직원들의 근무방식 등 모든 과정에서 디자인 경영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