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된 경유차 배기가스 기준인 유로6 도입과 전기차는 축소되고 하이브리드카는 확대되는 보조금, 그리고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한 소비세·관세 인하가 내년에 국내 자동차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것으로 보인다. 한 예로 현대·기아자동차와 쌍용자동차는 디젤 신차 모델을 진작부터 유로6 기준에 맞춰놨지만, 한국GM과 르노삼성은 아직 유로5에 머물러 있어 가격 책정 등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소비세 및 관세 인하를 등에 업고 수입차들의 공세도 더욱 강해질 게 뻔하다.

◆디젤 승용차 원가 200만원 상승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른 자동차 배기가스 기준은 휘발유 차량의 경우 미국 캘리포니아주 기준을, 디젤 차량은 유럽연합(EU) 기준을 유예기간 1~2년을 두고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두 기준 모두 세계에서 가장 엄격하다.

EU가 지난 9월부터 적용한 유로6는 내년부터 국내 디젤 신차에도 도입된다. 버스와 덤프트럭 등 대형 상용차는 1월부터, 포터 같은 중소형 상용차와 승용차는 9월부터다. 유로6는 유로5에 비해 대형 상용차에 대한 배출가스 기준이 엄격해졌다. 대표적 기준인 질소산화물(NOx)은 유로5 2g/㎾h에서 유로6 0.4g/㎾h로 허용치가 내려간다. 승용차도 NOx 기준이 0.18g/㎞에서 0.08g/㎞로 50% 이상 강화된다.

유로6 기준을 맞추려면 신형 엔진을 장착하거나 별도의 공해저감장치를 추가해야 하기 때문에 원가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중대형 상용차는 엔진 배기량이 큰 만큼 원가 인상 폭이 500만~2000만원에 달할 수 있다. 유럽에선 지난 9월 이후 대형 트럭 가격이 평균 1700만원가량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승용차도 100만~200만원 수준의 원가 상승이 예상된다.

문제는 완성차 업체들이 원가 상승분을 실제 판매 가격에 얼마나 적용할 것인가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출시한 카니발과 쏘렌토, 그랜저 디젤 등을 모두 유로6 기준에 맞추면서도 가격 인상은 20만~25만원으로 최소화한 상태다.

반면 화제를 모은 한국GM의 말리부 디젤과 르노삼성 SM5D 등은 아직 유로5 엔진이어서 모델 변경이 불가피하다. 한국GM 관계자는 “원가가 오르더라도 소비자 부담은 최소화하는 방향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또 내년부터 타이어의 공기압 상태를 계기판에 보여주는 타이어공기압경보장치(TPMS) 장착이 의무화된다. 차종에 따라 10만~20만원의 원가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기차 지원 축소, 하이브리드카 확대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은 축소된다. 환경부 보조금 1500만원은 유지되지만 지방자치단체들이 한정된 예산에서 더 많은 수의 전기차를 보급하기 위해 대당 보조금을 줄이기 때문이다. 지자체별 보조금은 서울이 5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제주가 8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내려간다.

대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97g/㎞ 이하인 하이브리드카에 대한 지원은 추가된다. 취득세 감면과 채권 매입 면제 등 최대 340만원의 세제 혜택이 유지되기 때문에 하이브리드카 판매는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100만원 보조금 기준을 맞춘 모델은 현대차 LF쏘나타 하이브리드와 도요타 프리우스, 렉서스 CT200h 등이다.

FTA에 따른 소비세와 관세 인하도 변수다. 내년 1월부터 2000㏄ 초과 차량의 개별소비세가 6%에서 5%로 내려간다. 미국과의 FTA에 따른 후속 효과다. 가격대가 비싼 대형 승용차와 수입차들은 체감 인하폭이 클 전망이다.

7월부터는 유럽에서 들어오는 1500㏄ 이하 차량에 대한 관세가 2.6%에서 1.3%로 인하된다. 한·EU FTA에 따른 것이다.

엔저(低)를 등에 업은 일본 차들이 신차 가격을 얼마나 조정할 것인가도 관심거리다. 도요타는 지난달 2년 만에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한 뉴 캠리를 내놓으면서 가격은 2년 전과 똑같이 유지했다. 혼다도 지난 3일 CR-V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가격을 동결해 출시했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환율에 따라 가격을 즉각적으로 바꾸는 건 아니지만 일본 본사 차원에서 할인 등 프로모션을 강하게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유로6

유럽연합(EU)이 도입한 최신 경유차 배기가스 규제. 1992년 유로1에서 출발해 2013년 유로6까지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대형 디젤 상용차는 내년 1월부터, 디젤 승용차와 중소형 상용차는 9월부터 적용한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