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 "내년에도 저금리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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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양책·개혁 공조 의지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4일 이 같은 내용의 ‘2015년 통화신용정책 운용방향’을 의결했다. 한은은 “국내 경제의 회복세가 완만한 가운데 물가도 상당 기간 낮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또 “국내외 경제 성장의 하방 리스크가 현실화하거나 낮은 물가상승률이 지속돼 기대인플레이션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유의하겠다”고 설명했다.
금통위가 내놓은 통화정책 방향에서 ‘완화 기조’란 직접적 표현이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를 높게 운용(긴축)하기보다는 경제성장을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미다. 안팎의 녹록지 않은 경제상황을 볼 때 아직은 확장적 통화정책이 좀 더 필요하다고 진단한 것이다.
"미국이 금리 올리더라도 韓 금리인상 최대한 자제"

내년 경기를 바라보는 한은의 시각에는 우려가 섞여 있다. 한은은 24일 “국내 경제는 국제유가 하락 등에 힘입어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라면서도 “경제주체들의 심리 회복 지연 등이 회복세를 제약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저물가가 지속되면서 기대인플레이션이 하락할 가능성을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경제주체들이 ‘앞으로 물가가 안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면 경제활력이 떨어진다. 지금 당장 소비를 늘리거나 투자를 확대할 유인이 없기 때문이다. 저물가가 디플레이션을 낳는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은이 우려하는 것도 이 지점이다.
소비자물 가 상승률은 2년 넘게 1%대(전년 동기 대비)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내년에도 저물가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유가 하락은 소비와 투자 여력을 높이는 호재지만 수요 자체가 줄어드는 만큼 경기 회복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이미 전문가들은 내년 성장률이 한은 전망치(3.9%)를 밑돌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경제가 3.5% 성장하는 데 그칠 것이라며 완화적 거시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은 역시 다음달 내놓는 경제전망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가능성이 높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1일 “지난번 전망치 발표 시점인 10월 이후 두 달간 변화를 보면 분명히 내년 성장률 3.9% 전망치를 유지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은은 ‘현 기준금리가 성장률 회복을 지원할 만큼 충분히 낮다’고 아직 보고 있다. 하지만 경기 부진이 심각해지면 금리를 추가 인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은 관계자는 “디플레 조짐이 나타나거나 하면 추가 인하 가능성도 열어놓겠다는 게 금통위 입장”이라고 말했다.
변수는 미국의 금리 정상화다. 미국은 최근 경기가 살아난 만큼 내년 중반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때 국내와 해외 금리 간 격차가 줄어들면서 국내 금융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를 막기 위해 한은이 금리를 높여야 할 수도 있다.
금통위 관계자는 “이 경우에도 금리를 급격히 올리지는 않겠다는 게 완화적 기조의 의미”라며 “국내 성장률 회복에 더 비중을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오랜 저금리 탓에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한계기업 구조조정이 늦춰질 가능성은 주시할 계획이다.
김유미/마지혜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