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정글 같은 비즈니스 세계…성공법칙은 '사랑·섬김·보살핌'
뉴욕에서 벤처기업을 운영하는 젊은 사업가 마이클은 어느 날 조깅을 하는 도중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잘 풀리지 않는 회사 일과 조직 운영에 대한 고민과 스트레스로 건강에 무리가 온 것. 마이클의 생명을 구해준 남자는 실신한 그를 병원에 옮긴 뒤 명함 한 장만 남기고 사라졌다. 명함에는 ‘목수’라는 글자와 전화번호만 적혀 있을 뿐이다.

2주 동안 무조건 휴식하라는 의사의 ‘명령’과 동업자이기도 한 아내의 강권에 어쩔 수 없이 집에서 머물게 된 마이클. 쉬는 동안 아내를 위해 거실장을 만들어 선물하기로 마음먹은 그는 명함을 들고 목수의 작업실인 111번가로 향한다. 스스로 ‘뉴욕에서 가장 잘나가는 목수’라고 소개하는 제이는 마이클에게 ‘인생의 가장 위대한 성공법칙’을 알려주겠다고 한다.

《뉴욕 111번가의 목수》는 ‘지구에서 가장 무서운 뉴욕이라는 이름의 정글’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마이클이 평범하지 않은 목수 제이를 우연히 만나면서 참된 성공과 행복에 대해 눈을 뜨고 인생의 소중한 것을 되찾는 이야기다. 베스트셀러 《에너지 버스》《뉴욕 뒷골목 수프가게》《씨드》《상어와 금붕어》를 쓴 작가 존 고든의 최신작으로 미국 경제전문지 잉크(Inc.com)가 선정한 ‘2014년 최고의 책’이다.

영업 사원으로서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던 마이클은 창업 후 과중한 업무와 갈수록 심해지는 스트레스에 치여 점점 쇠약해지고 강퍅해졌다. 직원들의 소소한 잘못들이 들보처럼 커다랗게 보여 회사에서 쉴 새 없이 잔소리를 해대고 다그쳤다. 매사에 짜증을 내고 소리만 버럭버럭 지르는 ‘최악의 코치’이다 보니 처음에는 제이의 조언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모든 일을 의무감이 아닌, 감사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해야 훨씬 강력한 힘이 발휘된다”고 제이가 말하자 ‘고리타분하게 언제적 이야기를 하는 거야’라며 시큰둥해 한다.

그러던 그가 장인 정신을 가지고 자신의 일에 애정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제이의 모습에 차츰 마음을 연다. 제이가 말하는 첫 번째 성공 법칙은 ‘더 깊이 사랑하라’는 것이다. 성공을 가로막는 가장 근본적인 걸림돌은 두려움이다. 스트레스의 근본 원인이 지나친 걱정과 두려움이다. 두려움을 바탕으로 한 성공 뒤엔 더 큰 두려움이 따르게 마련이다. 무슨 일이든 사랑과 애정을 갖고 하면 두려움을 떨쳐낼 수 있다.

인간의 두뇌에는 파충류의 영역이 있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활성화된다. 파충류의 의사결정 기준은 생존에 대한 두려움이다. 같은 종족을 잡아먹는 이유다. 자신을 방해하는 사람이 있으면 누구든 해치워버린다. 다행히 인간에겐 신피질이라는 긍정적인 영역이 있다. 홀로 생존하기보다는 동족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간다.

첫 번째 성공 법칙은 ‘더 크게 섬겨라’ ‘더 많이 보살펴라’란 두 번째, 세 번째 성공법칙으로 이어진다. 영업하는 사람이 가장 위대한 성공을 거두는 비결은 고객을 사랑하고 섬기기 때문이다. 두려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섬기면 지친다. 보살피고 배려하는 마음은 자석처럼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다.

회사에 복귀한 마이클은 직원들을 모아 놓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다. “고객을 사랑하고, 섬기고, 보살피는 회사가 되면 고객이 사랑하고, 섬기고, 보살피는 회사가 된다.”

지금 사는 모양새가 녹록지 않건만 무슨 사랑, 섬김, 보살핌이냐고 냉소적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 처음의 마이클처럼 “피말리는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21세기 뉴욕 한복판에서 당신의 말은 궤변일 뿐”이라며 공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가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낸 마이클과 제이의 우화를 따라가다 보면 가슴 한켠에서 뭔가 벅차오르는 울림과 감동이 느껴질 법하다. 이야기의 힘이다.

저자는 사랑하고 섬기고 보살피는 것, 그럼으로써 사람들의 마음을 얻고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열정을 갖게 되는 것이야말로 인생의 진정한 성공이자 행복의 첫 단추를 끼우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말 그대로 첫 단추일 뿐이다. 성공은 시간이 걸린다.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스스로 더 성장하고, 더 훌륭한 리더가 되고, 더 나은 사람이 되려면 담대한 용기를 가지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책은 설득력 있게 전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