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해 배당을 지난해보다 30~50% 늘리겠다고 밝힌 데 이어 현대차도 배당 확대 계획을 밝혔다. 10% 안팎이던 배당성향을 10% 중후반대로 높이고 중간배당도 하겠다는 것이다. 다른 기업들 역시 배당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올해 현금 배당을 결정한 상장사 48곳 중 11곳은 작년에 배당을 안 했던 기업이고 20곳은 배당금을 전년보다 늘렸다.

앞다퉈 배당을 늘리는 것은 무엇보다 정부의 압력 때문일 것이다. 배당을 늘리면 주주가치가 높아지고 경제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게 정부 생각이다. 기업소득환류세제, 배당소득증대세제 등이 모두 그런 이유로 도입됐다. 배당 확대를 반기는 목소리도 들린다. 주주 이익이 늘고 저평가된 한국 증시가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는 주장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우선 배당 확대를 정부가 종용하는 게 과연 타당한지부터가 문제다. 배당이냐 사내유보냐 하는 결정은 기업경영의 핵심적인 사안이다. 같은 업종이라도 기업의 전략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배당을 늘려 내수부양에 협조하라고 정부가 윽박지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경영간섭이다. 배당이 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것도 논리적 비약이다. 배당 전략은 지금도 연구 논문이 쌓이고 있는 흥미로운 주제다. 오늘의 배당과 내일의 투자를 비교 선택하는 것은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곶감 빼먹듯 빠져나가는 배당금은 장기적으로는 기업가치를 훼손할 가능성도 크다. 투자를 위한 유보가 기업가치를 장기적으로 높인다. 무배당이던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를 생각하면 결과는 쉽게 알 수 있다.

기업들로서는 정부 정책에 어느 정도 발을 맞출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은 긴 시각에서 보면 중대한 선택의 순간에 직면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투자를 막는 규제가 첩첩으로 가로막고 있다. 규제를 풀지는 못할망정 배당을 늘리라고 강제하는 정도라면 이 무슨 경우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