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탐험을 감동적인 가족 이야기로 풀어내
순제작비가 1억6500만달러에 달하는 이 영화는 이날 현재 전 세계에서 6억37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국내 티켓 매출은 798억원으로 미국(1억7300만달러), 중국(1억2200만달러)에 이어 3위다.
흥행 비결은 무엇일까. 할리우드에서 가장 지적인 감독으로 평가받는 놀런 감독이 명성에 걸맞게 우주 탐험을 감동적인 이야기로 그려냈기 때문이다. 놀런 감독은 10분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린 남자의 얘기를 다룬 ‘메멘토’(2000년)로 주목받은 뒤 배트맨 시리즈 ‘다크 나이트’ 1·2편, 다른 사람의 꿈속에 들어가 생각을 훔치는 ‘인셉션’(2010년) 등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넓은 팬층을 가졌다. 그의 동생 조너선 놀란은 4년간 대학에서 물리학을 공부하며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 웜홀 등의 이론을 이해하기 쉬운 시나리오로 풀어냈고, 놀런 감독은 환상적인 비주얼로 그려냈다.
과학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한국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가족이 함께 즐기는 에듀테인먼트(교육과 오락의 결합) 콘텐츠로 소비됐다. 2009년부터 고등학생이 배우는 ‘물리Ⅰ’에 상대성이론 과정이 포함돼 학생들의 지적 호기심을 채워줬다는 평가다.
관객들도 이런 관점에서 찬사를 쏟아냈다.
“전율과 환희의 169분이었다. 그 어떤 영화도 시도한 적 없는 명석함과 감동이 담겨 있었다. 놀런의 야심과 능력이 존경스럽다.”(leog****) , “‘인셉션’은 대단하다 느꼈는데, ‘인터스텔라’는 경이롭다고 느꼈다.”(make****), “모든 상황이 다 연결돼 있는 아주 짜임새 있는 영화다. 내가 살면서 이런 명작을 몇 번 더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seco****)
‘인터스텔라’의 또 다른 흥행 비결은 바로 가족애다. 멸망해가는 지구를 대체할 행성을 찾아가는 아버지의 부성애를 보여주며 보편적인 공감대를 이끌어 냈다. 놀런 감독은 “차가운 우주와 따뜻한 인간 감성에 대한 극명한 대비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관계자는 “휴머니즘을 배제한 기존 SF영화들과는 달리 아버지와 딸의 사랑이 가족 관객에게 어필했다”고 설명했다. 우주여행을 사실적으로 그렸지만 인간애 코드는 약했던 SF ‘그래비티’(322만명)보다 관객층을 확대한 비결이란 얘기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우주여행이라는 디지털 코드와 부성애란 아날로그 정서가 적절히 결합해 예상외로 시너지 효과를 냈다”며 “최근 흥행 돌풍을 일으키는 ‘국제시장’이나 올여름 히트한 ‘명량’ 등 1000만명 이상을 모은 영화는 모두 아날로그적인 정서를 바탕에 깔고 있다”고 말했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