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으려는 보험사들이 잇따라 온라인보험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만 알리안츠·NH농협·흥국·KB생명 등 생명보험사 네 곳이 온라인보험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기존 KDB생명 교보라이프플래닛 등 온라인 비중이 높은 회사와 삼성·한화생명 등 대형사에 이어 중견 보험사들까지 ‘성장 가능성’을 보고 속속 뛰어드는 형국이다. 잠재력이 크지만 실적이 기대에는 못 미치고 있는 온라인보험의 성장세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30%까지 싼 온라인보험 ‘주목’

'온라인 보험시장' 커진다…내년 4社 신규 가세
2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생명보험은 올 1월부터 9월까지 1만3680건 판매됐다. 이 기간 생명보험사들이 거둬들인 월납 초회보험료(신규 가입자가 낸 첫달 보험료)는 9억8300만원이다. KDB생명이 3억3700만원으로 가장 많다. 그 다음이 교보라이프플래닛(1억7200만원), 삼성생명(1억4500만원), 미래에셋생명(1억1100만원) 순이다. KDB·교보라이프플래닛·삼성생명 등 상위 3개사가 시장의 66%를 점유하고 있는 셈이다.

온라인보험의 장점은 싼 보험료다. 인터넷에서 가입설계부터 청약까지 완료하는 온라인보험의 특성상 설계사 수수료가 없고 점포 운영비를 줄일 수 있다. 기존 오프라인 상품의 보험료에 비해 20~30%가량 낮은 수준이다.

소비자가 직접 따져보고 가입하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고, 보험 해지율도 낮은 편이다. 온라인 전문회사 출범 1년을 막 넘긴 교보라이프플래닛은 보험계약의 장기유지 비율을 가늠하는 ‘13회차 유지율’이 94%다. 가입자 100명 중 94명이 1년 뒤에도 보험을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KDB생명 다이렉트보험의 13회차 유지율도 93%에 달한다. 올 상반기 국내 생보사들의 13회차 보험계약 평균 유지율인 82.7%를 10%포인트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가입자들의 불만도 적다. 기존 보험사에서 올해 월평균 647건의 상품 관련 민원이 발생한 반면, KDB생명과 교보라이프플래닛에서는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생명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독일에서는 시장점유율이 40%를 넘어섰다”며 “국내에서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적은 아직 부진…제도정비 필요

기대는 크지만 실적은 아직 미진하다. 올 9월까지 온라인보험 월납 초회보험료인 9억8300만원은 같은 기간 생명보험업계 초회보험료(9조2497억원)의 0.01%에 불과하다. ‘국내 실정에 맞지 않는다’는 회의론도 제기된다. 설계사의 설명을 듣고 가입하는 비율이 높은 한국 보험시장의 특성상 온라인보험이 한계를 극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온라인보험에 대한 용어와 통계가 부실한 점도 시장 확대에 걸림돌이다. 가입설계부터 청약까지 과정을 소비자가 직접 하는 ‘완결형 온라인보험’ 외에 온라인을 잠깐 경유하는 모든 상품이 ‘온라인보험, ‘인터넷보험’, ‘다이렉트보험’ 등으로 불리며 혼선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올 9월까지 생보사 사이버마케팅(CM) 초회보험료가 생명보험협회에 17억6700만원으로 잘못 집계되고 있는 점도 이런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완결형이 아닌 경우 설계사 수수료 등이 포함된 탓에 보험료가 싸지 않다”며 “자칫 온라인 보험에 대한 소비자들의 오인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