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窓] '한쪽 날개' 미국만 나는 세계경제
세계 경제가 미국이란 단일 축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다른 선진국은 마이너스 성장을 겨우 면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3분기에 5% 성장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중후반에도 비슷한 모습을 보인 때가 있었다. 다만 경제와 주식시장의 불안정성 측면에서는 차이가 있다. 당시 유럽과 일본 경제는 미국에 비해 활력이 떨어지긴 했지만 일정한 역할을 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1995년 이후 5년간 평균 성장률을 보더라도 유럽이 2.9%로 미국에 비해 0.7%포인트 정도밖에 낮지 않았다.

지금은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유럽과 일본은 0%대 성장에 머물고 있는 반면 미국은 3%대를 넘었다. 경기 둔화를 극복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많은 대책을 내놨지만 미국을 제외하고는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정책의 강도가 미국만 못하고 적기에 시행하지 못한 원인도 있지만, 유럽과 일본의 경제구조가 정책 효과를 기대할 만한 탄력성을 잃었기 때문이다.

주가도 문제다. 1995년 이후 미국 주식시장은 68개월 동안 203% 올랐다. 최근 67개월 동안도 175% 상승했다. 경제는 1990년대보다 좋지 않지만 주가는 당시에 필적할 정도로 상승했다. 유럽은 더하다. 지난 4~5년간 재정위기를 겪고, 5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계속하고 있는데도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세계 경제가 미국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미국과 함께할 수 있는 다른 지역이 나와야 한다. 유럽과 일본 경제가 제자리를 잡지 못할 경우 내년 주식시장이 예상보다 어려워질 수 있다.

이종우 <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