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가들에게 어필하기 위해선 음식 맛과 더불어 스토리텔링도 중요합니다.”

한식 다이닝 바 루의 사업을 맡고 있는 신서호 외식사업부장(40·사진)은 “메뉴에 담긴 스토리에 흥미를 느낀 사람은 그 메뉴를 주문하게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 부장의 말처럼 루에 있는 많은 메뉴에는 ‘사연’이 있었다. 간장등갈비는 세종대왕의 일화를 보고 만든 것이다. 세종은 백성에게 농업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해 직접 소로 밭을 가는 ‘친경’을 하던 중 배가 고파지자 그 소를 잡아 국을 끓여 먹었을 정도로 고기를 좋아했다. 신 부장은 “맛있는 간장등갈비는 다른 레스토랑에도 있을 수 있지만 이를 ‘육식 마니아’ 세종과 연결해 소개하는 것은 루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흥선대원군 24종 꼬치구이, 용안탕, 맥적피자에도 이 같은 사연이 각각 담겨 있다.

신 부장이 스토리텔링에 주력하게 된 것은 한식 셰프들의 실력이 높아지면서 맛의 차별화에는 한계가 있다고 느껴서다. 신 부장은 “요리를 만들어놓고 스토리를 찾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를 정하고 이에 맞는 요리를 개발하고 있다”며 “메뉴와 식당 인테리어보다 조선왕조실록을 더 자주 들여다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 부장이 고증에만 집착하는 것은 아니다. 신 부장은 “루의 메뉴는 한국적인 스토리를 담으면서도 외국인에게도 익숙한 샌드위치 등을 활용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말했다. 셰프도 한식뿐 아니라 양식과 중식 등 다양한 음식을 만드는 셰프 9명을 고용해 시너지를 내도록 했다.

신 부장은 타워호텔 계열이었던 썬앳푸드에서 1998년 신규 사업 개발을 맡으면서 외식업에 뛰어들었다. 올해 3월 아워홈에 합류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