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없어 선거 무산…"역차별 조장" 여론 싸늘…대학 총여학생회 '존폐 기로'
서울 주요 대학의 총여학생회가 학생 투표로 잇따라 폐지되는 가운데 그나마 명맥을 유지해온 4개 대학에서도 총여학생회가 사라질 위기에 몰렸다. 총여학생회 후보 출마자가 없어 선거를 치르지 못하거나 아예 운영을 중단하는 곳도 생겼다.

현재 서울에서는 연세대 한양대 경희대 동국대 등 네 곳에 총여학생회가 남아 있다. 올 들어 중앙대 총여학생회가 총학생회 산하 기구로 편입되고, 홍익대 총여학생회가 폐지되면서 4개 대학에만 남았다.

그러나 이들 대학의 총여학생회도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한양대는 후보자가 없어 지난달 25~26일로 예정됐던 총여학생회 선거를 치르지 못했다.

한양대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총여학생회가 오히려 역차별을 조장한다는 의견이 커지면서 학생들 여론이 좋지 않았다”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총여학생회를 맡겠다는 후보자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동국대도 지난달 후보자가 없어 선거가 무산되자 당분간 총여학생회 운영을 중단하기로 했다. 동국대 관계자는 “내년 3월 총여학생회 존폐를 논의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경희대는 총여학생회 폐지를 주장하는 남학생의 1인 시위로 곤욕을 치렀다. 지난 9월 경기 용인시에 있는 이 대학의 국제캠퍼스에서 김모씨(24)가 “남녀 학생 모두를 위한 총학생회가 이미 존재하는데 여성을 위한 총여학생회가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시위를 벌였다.

연세대는 지난해 11월 선거에 나선 총여학생회 후보가 없어 1년여간 비상대책위원회 형태로 운영하다 지난달 선거를 통해 가까스로 명맥을 유지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이런 분위기가 계속되면 앞으로 수년 안에 총여학생회가 대학가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