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바리 유지태, 이탈리아어로 오페라 곡 모두 외웠다, 진짜 테너가 되려고…
“배우에게는 작품이 자신의 얼굴입니다. 배우가 자존감을 지키는 방법은 좋은 작품을 선택하는 거예요.”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이하 ‘더 테너’)는 자신만의 연기 지도를 세심히 그려 나가고 있는 유지태가 선택한 신작이다. 유럽 오페라계의 스타로 우뚝 섰지만 갑작스레 갑상샘암 판정을 받아 목소리를 잃은 테너 배재철의 실화를 스크린에 옮겼다. 유지태는 배재철이라는 최고의 테너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1년간 하루 네 시간씩 성악 레슨을 받았다. 발성과 호흡, 자세, 표정은 물론 노래 녹음을 입과 일치시키기 위해 오페라 곡을 모두 이탈리아어로 외웠다.

악바리 유지태, 이탈리아어로 오페라 곡 모두 외웠다, 진짜 테너가 되려고…
“좋은 레퍼런스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내가 부르진 않지만 진짜처럼 보이고 싶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저 스스로를 끊임없이 괴롭힐 수밖에 없었습니다.” ‘완벽주의자’ ‘공부벌레’로 유명한 유지태가 ‘더 테너’에서 극복하려 한 것은 성악만이 아니다. 유지태의 ‘악바리 근성’은 영어 대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외국어 연기는 자칫하면 내수용 연기가 될 수 있습니다. 한국 배우가 영어로 말했지만 미국에서 개봉할 때 영어 자막을 심는 경우가 있는데, 그건 굉장히 굴욕적인 일이에요. 그런 건 피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제대로 해서 한국 배우의 저력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유지태는 연기뿐 아니라 영화 연출과 시나리오 작가, 연극 제작자까지 자신의 가능성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멀티태스크’형 예술가다. 그가 직접 각본을 쓰고 감독한 영화 ‘마이 라띠마’는 2013년 프랑스 도빌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다. 여기엔 허진호 박찬욱 홍상수 등 당대의 감독들과 작업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정말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허진호 감독의 ‘봄날은 간다’를 하면서 리얼리티 연기란 무엇인가를 정립할 수 있었습니다. 박찬욱 감독에겐 ‘미장센, 히치콕 같은 느낌의 완벽성’ 등을 배웠습니다. 홍상수 감독에겐 ‘뚝심’을 배웠고요. 훌륭한 감독님들과 작업한 게 좋은 배양이 됐습니다.”

유지태는 최근 KBS2 월화드라마 ‘힐러’를 통해 6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했다. 드라마에서 유지태가 맡은 인물은 스타기자 김문호. 영화 ‘다이빙 벨’과 JTBC ‘뉴스룸’의 손석희 앵커를 보며 기자라는 직업을 참고했다는 유지태는 “기자에 대한 편견은 없었어요. 그런데 ‘다이빙벨’을 보면서 인식이 달라졌습니다. 우리들은 아마 목말라 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소신 있게 얘기하는, 자기 중심을 잃지 않는 인물 말입니다”라고 힘줘 말했다.

유지태는 인터뷰 중 여러 번 아내이자 배우인 김효진을 언급했다. 김효진이라는 단어를 내뱉을 때마다 얼굴에 해사한 미소가 번지는 유지태를 보며 10년 전 그가 출연한 영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가 떠오른 건 왜일까.

더불어 ‘봄날은 간다’의 그 유명한 대사,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에 대한 유지태의 생각이 궁금해졌다.“사랑도, 결혼도 빼기는 아닌 것 같아요. 제게 사랑은 시간이 갈수록 더해지는 것입니다. 인생의 동반자를 얻은 느낌이랄까요. 최고의 파트너가 곁에 있어 행복합니다.”

정시우 한경 텐아시아 기자 siwoorai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