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저유가 장기화에 따른 정부 수입 감소에 대비하기 위해 내년 예산 규모를 대폭 줄였지만 지출 규모는 소폭 늘렸다.

사우디 재정부는 25일(현지시간) 내년 예산을 올해 1조460억리얄(2787억달러)보다 31.6% 적은 7150억 리얄(1907억달 러) 규모로 수립했다고 밝혔다. 내년 정부 지출은 8600억리얄(2293억달러)로, 1450억리얄(386억달러)의 적자 예산이 편 성됐다.이 같은 내년 지출 액수는 지난해 말 책정했던 것보다 0.6% 증가한 규모다.

사우디 정부가 올해 실제 집행한 예산 은 1조1000억리얄(2931억달러)로 애초 계획보다 29% 많아져 540억리얄(144억 달러)의 적자 예산을 운영했다. 이를 고 려하면 내년 사우디의 예상 재정 적자 규모는 올해의 배 이상 되는 셈이다.

사우디 재정부는 "내년 어려워질 국제 경제와 금융 환경에 대비해 예산을 수립했다"며 "교육·의료 부문엔 예산 집행을 아끼지 않되 지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공무원 인건비를 줄이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 정부가 저유가에도 내년 정부 지출 규모를 줄이지 않겠다고 발표하면서 이날 사우디 증시는 0.57% 올랐다.

한편 국제금융협회(IIF)는 23일 낸 보고서에서 예멘을 제외한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 지역 6개 산유국의 내년 원 유·가스 수출액이 4100억 달러로 유가가 정점을 찍었던 2012년의 7430억 달러의 55.2%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했 다. IIF는 또 내년 이들 산유국의 정부 재정이 균형되는 국제 유가를 올해보다 배럴당 4달러 낮은 78달러로 예상했다.

IIF는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추세로 저유가가 계속되면 사우디의 재정 적자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8.9%에 달하지만 UAE, 쿠웨이트, 카타르는 재정 흑자를 유지한다는 분석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