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일각에서 경제 활성화를 위해 경제인 가석방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라 흘러나오면서 현실화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재계는 정치권발 가석방 논의가 내심 반가우면서도 겉으로 기대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의 '땅콩 회황' 사건으로 반재벌 정서가 강한 상황에서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현재 구속 수감중인 기업인 가운데 법정 형기의 3분의 1을 채워야 하는 가석방 요건을 충족시킨 기업인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재원 SK그룹 부회장,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 등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 1월 자금 횡령 혐의로 징역 4년형을 받고 절반 가까이 복역 중이다. 만기출소 시점은 2017년 초로 오는 12월 31일이면 수감 700일째가 된다. 재벌 총수로서는 역대 최장기 복역 기록이다.

최 회장은 그동안 옥중에서 사회적 기업 전문서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을 펴내는 등 모범적인 수감생활을 해왔다.

동생인 최 부회장도 징역 3년 6월을 받아 수감 중이며 이미 형기의 3분의 1 이상을 채웠다.

2012년 기업어음(CP) 사기 발행 혐의로 구속된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도 징역 4년을 확정받고 788일째 수감생활 중이다. 함께 재판을 받은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은 징역 3년 확정후 319일동안 수감돼 있었기 때문에 조만간 가석방 요건을 채운다.

CJ그룹 이재현 회장은 징역 3년을 선고한 2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 선고 전까지 형기가 확정되지 않아 가석방 대상이 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건강 문제로 구속집행정지 상태에서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CJ그룹은 현재 가석방 논의 자체가 부담스럽다는 분위기다.

불구속 기소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을 비롯해 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 등도 가석방 대상에서 제외된다. 강덕수 전 STX 그룹 회장도 회계분식 혐의로 260일 가까이 수감된 상태에서 최근 1심에서 징역 6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고법에 계류 중이다.

장기간 오너 공백을 겪고 있는 기업들은 한화그룹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올해 2월 집행유예로 석방된 뒤 최근 들어 '경영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김 회장은 2012년 8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뒤 구치소와 병원에서 지내며 예전처럼 경영권을 행사하지 못했지만, 올해 2월 파기환송심으로 경영복귀 기회를 잡았다.

사회봉사명령 300시간을 모두 채운 김 회장은 지난달 말 '삼성 4개 계열사 빅딜'을 신호탄으로 직무를 재개했다. 이후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현장을 직접 방문하면서 건재함을 과시했다. 또 한화큐셀과 한화솔라원을 합병하고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라원 영업실장을 상무로 승진시키는 등 신사업 확장과 경영권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김 회장이 돌아오면서 한화그룹에는 긴장감과 활기가 동시에 돌고 있다. 굵직한 인수합병(M&A) 등 의사결정이 빨라지면서 '일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평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기업오너는 전문 경영인과 비교했을 때 미래를 보고 장기 투자를 과감하게 결정할 수 있다"며 "이들 기업인이 충분히 죗값을 치렀다고 판단되면 이후 사회에 복귀해 사회경제에 대한 기여를 통해 나머지 죗값을 치르도록 하는 것도 비용편익을 분석해 봤을 때 국가경제 차원에서는 편익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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