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市長에 등 돌린 뉴욕경찰
뉴욕경찰(NYPD)이 임명권자인 뉴욕시장에게 등을 돌리는 사건이 벌어졌다. 27일(현지시간) 뉴욕 퀸스에서 열린 동료 경찰관 라파엘 라모스의 장례식에서 빌 더블라지오 시장이 추모사를 시작하자 연단을 향해 서 있던 경찰관들이 일제히 뒤로 돌아섰다. 한마디로 “더 이상 당신을 상관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항의 표시다.

라모스는 지난 10일 근무 중 20대 흑인 남성이 쏜 총에 숨졌다. 이 사건은 뉴욕시와 미주리주 퍼거슨에서 백인 경찰이 비무장 흑인을 숨지게 한 사건에 대한 보복 살해로 간주되면서 충격을 안겼다.

더블라지오 시장이 7만5000명에 달하는 뉴욕 경찰관으로부터 불신을 받게 된 것은 공권력의 권위와 NYPD에 대한 신뢰를 깎아내렸기 때문이다. 민주당 출신의 더블라지오 시장은 이달 초 뉴욕 대배심이 불법 담배를 팔던 흑인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목을 졸라 쓰러뜨려 숨지게 한 뉴욕 경찰관에게 불기소 결정을 내려 항의시위가 잇따를 때도 경찰에 대한 지지를 보내지 않았다. 오히려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공권력을 제한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찰 근무복에 감시 카메라를 부착하는 프로그램도 처음 도입했다. “우리를 믿지 못하는 것이냐”며 경찰관들의 사기가 크게 떨어졌다.

하지만 라모스 피격 사건 후 치안 공백을 우려하는 여론이 확산되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여론도 한때 ‘썩은 사과’로 불리던 뉴욕이 과거 범죄천국이었던 시절을 잊었다며 경찰 제복에 대한 존경을 강조하는 분위기로 돌아섰다. 언론들도 뉴요커들이 별다른 위협을 느끼지 않고 지하철을 타는 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지만, 여기에는 NYPD의 희생이 있었다고 잇따라 보도했다. 한 시민은 “이번 사태로 공권력을 흔드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더블라지오 시장이 알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장례식에서 더블라지오 시장은 “NYPD의 필사적인 노력이 없다면 뉴욕의 평화가 유지되지 못할 것”이라며 뒤늦게 경찰을 치켜세웠다. 평소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보내던 뉴욕타임스도 이날은 “그가 당연히 했어야 할 일을 했다”고 냉정한 평가를 보냈다.

이심기 뉴욕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