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마켓인사이트] '고래 사냥' 휩쓰는 PEF…메가딜 80% 장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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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F, 올 기업 지분투자 15조 넘어
'슈퍼 바잉파워', 올 대형 M&A 11건 중 8건
PEF 손 거쳐 거래 성사…한앤컴퍼니 등 토종들 '선전'
'소화 불량' 주의보
투자금 회수 쉽지 않은 '폭탄'…기업 구조조정 혼란 빚을 수도
'슈퍼 바잉파워', 올 대형 M&A 11건 중 8건
PEF 손 거쳐 거래 성사…한앤컴퍼니 등 토종들 '선전'
'소화 불량' 주의보
투자금 회수 쉽지 않은 '폭탄'…기업 구조조정 혼란 빚을 수도
PEF, 올 기업 지분투자 15조 넘어
올 한 해 사모펀드(PEF)가 국내 기업(경영권+지분)을 사들인 규모가 15조원을 넘어섰다.
한국경제신문의 자본시장 전문매체 마켓인사이트와 에프앤가이드가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 올 3분기까지 국내 시장에서 벌어진 기업 인수 및 지분투자 거래(발표 기준·단순 부동산 거래 제외) 가운데 PEF가 인수 주체로 나선 것은 총 113건, 10조3762억원이었다. 현재 마무리 단계에 있는 4분기 거래까지 포함할 경우 올 한 해 PEF가 사들인 기업 및 회사 지분은 15조원을 넘는다. PEF의 국내 시장 투자 규모가 10조원을 넘어선 것은 2004년 12월 PEF 제도를 도입한 지 10년 만이다.
빅딜 휩쓰는 PEF들
올해 국내에서 이뤄진 5000억원 이상 대형 기업 인수합병(M&A) 11건 가운데 PEF가 끼지 않은 거래는 단 세 건이다. 제도 도입 초기 수백억원~수천억원대의 거래에 주로 참여했던 PEF는 최근 들어 조 단위 ‘빅딜’ 거래에도 ‘약방의 감초’처럼 뛰어들고 있다. 한앤컴퍼니는 지난 19일 세계 2위 자동차 공기정화장치 제조회사인 한라비스테온공조를 3조94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해 시장을 놀라게 했다. 이번 거래는 국내 PEF 투자사상 최대 규모다. 하나대투증권 펀드는 SK E&S 발전 3사를 1조130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PEF의 부상은 국적과 펀드 규모를 불문한 전방위적인 현상이다. 글로벌 PEF인 칼라일은 지난 5월 국내 2위 보안업체 ADT캡스를 2조665억원에 사들였다. 칼라일의 ADT캡스 인수는 대형 외국계 PEF가 한국 시장에 귀환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졌다.
글로벌 PEF의 틈바구니에서 토종 PEF의 활약도 눈부시다. IMM PE는 현대상선 액화천연가스(LNG)사업부를 5000억원에 인수했고, JKL파트너스는 하림과 손잡고 국내 3위 해운사인 팬오션을 1조500억원에 사들였다.
여기에 이웃 일본과 중국의 PEF까지 가세하면서 인수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일본 오릭스는 국내 2위 물류회사인 현대로지스틱스(6000억원)를 인수했고, 중국 오리엔트캐피털은 국내 3위 멀티플렉스 영화관인 메가박스(5600억원)를 인수할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폭탄 품고 살얼음판 걷기도
덩치가 커졌지만 고민도 깊다. 원금 회수가 녹록지 않은 투자기업이 속출하고 있어서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에스콰이어(H&Q 보유)와 초유의 ‘펀드 부도 사태’를 일으킨 LG실트론(보고펀드 보유), 매입 가격이 너무 비쌌다는 평가를 받는 씨앤앰(MBK파트너스 보유) 등이 대표적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현재 PEF가 팔아야 할 잠재 매물은 40조원어치다. 대기업의 투자 의욕이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PEF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셈이다. 자칫 ‘소화불량’ 상태로 해를 넘긴 뒤 40조원의 매물 폭탄까지 맞을 경우 빠른 구조조정이 시급한 기업 생태계에 대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까닭이다. 이 때문에 PEF나 벤처캐피털이 갖고 있는 기업 및 회사 지분을 전문적으로 사들이는 세컨더리 펀드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정영효/고경봉 기자 hugh@hankyung.com
올 한 해 사모펀드(PEF)가 국내 기업(경영권+지분)을 사들인 규모가 15조원을 넘어섰다.
한국경제신문의 자본시장 전문매체 마켓인사이트와 에프앤가이드가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 올 3분기까지 국내 시장에서 벌어진 기업 인수 및 지분투자 거래(발표 기준·단순 부동산 거래 제외) 가운데 PEF가 인수 주체로 나선 것은 총 113건, 10조3762억원이었다. 현재 마무리 단계에 있는 4분기 거래까지 포함할 경우 올 한 해 PEF가 사들인 기업 및 회사 지분은 15조원을 넘는다. PEF의 국내 시장 투자 규모가 10조원을 넘어선 것은 2004년 12월 PEF 제도를 도입한 지 10년 만이다.
빅딜 휩쓰는 PEF들
올해 국내에서 이뤄진 5000억원 이상 대형 기업 인수합병(M&A) 11건 가운데 PEF가 끼지 않은 거래는 단 세 건이다. 제도 도입 초기 수백억원~수천억원대의 거래에 주로 참여했던 PEF는 최근 들어 조 단위 ‘빅딜’ 거래에도 ‘약방의 감초’처럼 뛰어들고 있다. 한앤컴퍼니는 지난 19일 세계 2위 자동차 공기정화장치 제조회사인 한라비스테온공조를 3조94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해 시장을 놀라게 했다. 이번 거래는 국내 PEF 투자사상 최대 규모다. 하나대투증권 펀드는 SK E&S 발전 3사를 1조130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PEF의 부상은 국적과 펀드 규모를 불문한 전방위적인 현상이다. 글로벌 PEF인 칼라일은 지난 5월 국내 2위 보안업체 ADT캡스를 2조665억원에 사들였다. 칼라일의 ADT캡스 인수는 대형 외국계 PEF가 한국 시장에 귀환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졌다.
글로벌 PEF의 틈바구니에서 토종 PEF의 활약도 눈부시다. IMM PE는 현대상선 액화천연가스(LNG)사업부를 5000억원에 인수했고, JKL파트너스는 하림과 손잡고 국내 3위 해운사인 팬오션을 1조500억원에 사들였다.
여기에 이웃 일본과 중국의 PEF까지 가세하면서 인수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일본 오릭스는 국내 2위 물류회사인 현대로지스틱스(6000억원)를 인수했고, 중국 오리엔트캐피털은 국내 3위 멀티플렉스 영화관인 메가박스(5600억원)를 인수할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폭탄 품고 살얼음판 걷기도
덩치가 커졌지만 고민도 깊다. 원금 회수가 녹록지 않은 투자기업이 속출하고 있어서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에스콰이어(H&Q 보유)와 초유의 ‘펀드 부도 사태’를 일으킨 LG실트론(보고펀드 보유), 매입 가격이 너무 비쌌다는 평가를 받는 씨앤앰(MBK파트너스 보유) 등이 대표적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현재 PEF가 팔아야 할 잠재 매물은 40조원어치다. 대기업의 투자 의욕이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PEF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셈이다. 자칫 ‘소화불량’ 상태로 해를 넘긴 뒤 40조원의 매물 폭탄까지 맞을 경우 빠른 구조조정이 시급한 기업 생태계에 대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까닭이다. 이 때문에 PEF나 벤처캐피털이 갖고 있는 기업 및 회사 지분을 전문적으로 사들이는 세컨더리 펀드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정영효/고경봉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