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기업, 실적 좋아도 투자 외면…아베 성장목표 2%는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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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석학 2人에게 듣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3차 내각이 지난 24일 출범했다.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정책)의 ‘세 가지 화살’ 중 첫 번째 화살인 금융정책과 두 번째 화살인 재정지출에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가 우세하다.
엔저를 통한 기업 실적 개선과 주가 상승으로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하지만 세 번째 화살인 성장전략을 놓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 11월 ‘향후 경제·재정 동향 점검 회의’에 참석해 아베 총리에게 정책 조언을 한 일본의 대표 경제학자 두 명을 24일 만나 아베노믹스와 일본 경제에 대해 들어봤다.
‘세 번째 화살’ 성장 전략
적극적 이민정책 필요
취업비자 年 5만은 돼야
후카오 미쓰히로 게이오대 교수는 “아베 신조 총리의 2% 성장 목표는 절대 무리”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베노믹스에 대해 “성장을 이끌 세 번째 화살이 문제”라며 “‘성장전략’의 핵심은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할 적극적인 이민정책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가 선거에서 압승하고 3차 내각이 출범했다.
“압승? 무슨 압승인가. 자민당 의석은 줄었다. 대신 연립여당인 공명당이 크게 늘었다. 일본 언론에서 압승이라고 하는데 잘못된 해석이다. 3차 아베 내각이 출범한 이상 일본은 경제정책 측면에서 지난 2년과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일본 경제가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했는데.
“2014년도(2014년 4월~2015년 3월)는 0~-1% 성장할 것이다. 하지만 내년도는 플러스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일본 경제의 잠재 성장률은 0.5% 정도다. 이 같은 잠재성장률 수준을 볼 때 아베 총리의 2% 성장 목표는 절대 무리다.”
▶아베노믹스는 무엇인 문제인가.
“첫 번째(대규모 금융완화), 두 번째(재정지출 확대) 화살은 좋았다. 문제는 세 번째 화살이다. 가장 중요한 개혁이 안 되고 있다. 2% 성장은 무리지만 0.5% 성장은 가능하다.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현재 일본 합계출산율(한 여성이 평생 낳는 자녀 수)은 1.4명이다. 두 세대(60~70년)가 지나면 절반으로 줄어든다.”
▶상대적으로 인구문제는 크게 다뤄지지 않고 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을 안 하고 있다. 별로 인기가 없는 정책이다. 일본의 연간 이민자는 3만명 정도다. 당장 취업비자 발급을 연간 5만명 정도로 늘려야 한다. 이들이 아내나 자식을 데리고 오면 연간 10만명가량 이민이 늘 수 있다. 지금 일본 스모업계는 외국인 선수가 없으면 망한다. 가장 전통적인 스모판조차 몽골 출신이 대부분인데….”
▶2차 내각 때 엔화 가치가 40% 이상 떨어졌다.
“앞 으로 큰 폭의 엔화 약세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실질실효환율을 볼 때 이미 과거 최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제품 수출은 크게 늘지 않지만 방일 관광객 유입으로 사실상 서비스 수출은 증가하고 있다. 달러당 130엔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는 투자은행도 있지만 전혀 의미 없다. 청중이 있기 때문에 말하는 것일 뿐 논리는 어떻게든 만들 수 있다.”
▶소비세 인상이 1년6개월 늦춰졌는데.
“소 비세 인상을 미룬 건 잘못한 정책이다. 소비세를 추가로 올릴 때 일시적으로 경기가 안 좋아질 순 있다. 하지만 현재 고용이 나쁘지 않다. 기업 실적도 좋다. 이런 상황이라면 추가 증세를 해도 경제가 무너지는 일은 없다. 내년 10월 증세를 하기로 했다면 한 번 더 ‘앞당겨 쓰기’(증세 전 가수요)가 나올 수 있다. 소비세 추가 인상의 부정적 영향은 없어졌지만 정부의 사회보장비 지출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결국 경기에는 별 영향이 없고 재정만 조금 나빠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일본 국채 금리의 급등 가능성은 없나.
“일 본 경제가 디플레이션에서 완전히 빠져나오기 전까지 국채 금리 급등은 없을 것이다. 만약 있어도 실제 리스크는 거의 없다. 장기 국채 발행이 힘들어질 경우 정부가 단기 국채를 발행하고 일본은행이 사들이면 된다. 하지만 아베노믹스가 성공할 경우가 무섭다. 디플레이션을 탈피하면 금리가 급격히 올라가고 정부의 이자 부담이 커지게 된다.”
▶내년 세계 경제에서 주목할 부분은.
“중국이 걱정된다. 중국 지방도시 부동산가격은 이미 큰 폭으로 하락했다. 대도시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내려가고 있다. 중국 내 은행 부문의 불량 채권 확대도 불안 요인이다. 이재상품의 불량 채권화 가능성이 있다. 경착륙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히 힘든 상황을 맞을 수 있다.”
후카오 교수는…
국제금융을 포함, 거시경제 전반에 걸쳐 실무와 이론을 겸비한 대표적 경제학자다. 교토대 공학부를 졸업하고 일본은행 이코노미스트를 지냈다. 미국 미시간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일본 경제기획청 상임경제학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이코노미스트를 거쳤다. 1997년부터 게이오대 상학부 교수로 있으면서 노다 내각의 소비세 증세 정책안 마련에 이론적 근거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5년부터 2010년까지 민간 싱크탱크인 일본경제연구센터(JCER) 이사장을 맡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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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독주’ 당분간 계속
내년 달러당 130엔 가능성
신흥국 고난의 시대 될 것
이토 모토시게 도쿄대 교수는 “지난 2년간 아베노믹스의 성과를 성장전략으로 계속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난 10년여간 굳어진 디플레이션 심리를 해소하는 것이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신조 내각에서 일본재건부흥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는 “세계 경제에서 미국의 독주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고 신흥국은 고난의 시대를 맞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 집권 2년이 지났다.
“아베 내각이 내놓은 정책 중 충분히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기업 실적에 비해 투자는 좋지 않다. 가계측면에서도 실업률(3.6%)은 낮고 임금도 점점 올라가고 있지만 소비가 약하다. 지난 10년여간 디플레이션이 고착화된 탓이다. 이런 심리를 어떻게 해소할지가 앞으로 아베 내각 정책 성공의 열쇠다. 3차 내각에서는 아베노믹스를 더 가속화할 것이다.”
▶최근 아베노믹스에 대해 회의론이 늘고 있다.
“올 들어 아베노믹스에 의문을 가지는 사람이 많아졌다. 하지만 지난 2년간 고용이 개선되고 기업 이익도 늘었으며 물가도 디플레이션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 아베노믹스가 분명 성과를 내고 있다는 의미다. 이것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앞으로도 어려운 과제가 많지만 아베 내각은 고이즈미 때와 비슷하게 ‘파워풀’하다. 그런 정치적 힘이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아베노믹스의 과제는 무엇인가.
“가장 부족한 부분이 성장전략이다. 노동시장 개혁과 국가전략 특구 설치, 여성 고용 확대 등 여러 가지 정책을 내놨지만 아직 제대로 실행이 안 되고 있다. 이를 어떻게 할지가 중요한 부분이다. 노동시장을 개혁하려면 노동조합의 저항이 있을 수 있다. 금융완화 같은 건 일본은행과 연계해 바로 할 수 있지만 이견이 있을 수 있는 성장전략을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있다.”
▶내년 엔화가 달러당 130엔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현 기세로는 달러당 130엔도 가능해 보인다. 실질실효환율상으로는 엔화가 저평가돼 있지만 명목상 200엔도 경험한 적이 있다. 다만 국제 유가가 하락하고 있고, 일본 경제가 성장하면 다시 엔고로 갈 수 있다. 시기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올 것 같다.”
▶최근 국내총생산(GDP)과 달리 일본 증시는 상승세다.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우선 기업 이익이 크게 증가했다. 이런 실적 호전이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 두 번째는 디플레이션 탈피와 관련이 있다. 일본은행이 ‘2% 물가 상승’ 목표를 달성하면 은행에 예금으로 맡겨둘 경우 가만히 앉아서 손해를 보게 된다. 1600조엔에 이르는 금융자산이 어느 정도 주식시장이나 투자상품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 ”
▶소비세 인상 지연으로 재정건전성에 문제는 없나.
“1년 반 늦춘 것이 재정건전성 측면에서 마이너스 요인이다. 하지만 일본의 재정 건전화를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를 동시에 해야 한다.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이 세출 억제다. 고령화로 인해 사회보장비 지출이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세수 확대를 위해 경제 성장을 어느 정도까지 끌어올리느냐다. 세 번째가 세금 인상이다.”
▶세계 경제에서 미국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독주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미국에 여러 가지 순풍이 불고 있다. 셰일가스 혁명이 대표적이다. 중화학 공업 등 제조업체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이민 등으로 인구도 늘고 있다. 앞으로는 신흥국 수난 시대다. 중국의 성장률이 낮아지고 브라질 러시아도 힘들 것이다. 유럽도 2~3년 후에는 과거 위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토 교수는…
비즈니스 현장에서 살아있는 경제를 연구하는 ‘행동하는 경제학자’로 유명하다. 아베 신조 총리의 경제재정자문회의 민간 위원으로 일본재건부흥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다. 내년 1월 자문회의 위원 임기가 끝나지만 아베 총리는 지난 22일 일찌감치 이토 교수의 연임을 결정했다. 1974년 도쿄대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미국 로체스터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하버드대와 휴스턴대 교환교수 등을 거쳐 1993년부터 도쿄대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오부치 내각에서 ‘경제전략회의’, 모리 내각에선 ‘IT전략회의’ 위원을 지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정책)의 ‘세 가지 화살’ 중 첫 번째 화살인 금융정책과 두 번째 화살인 재정지출에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가 우세하다.
엔저를 통한 기업 실적 개선과 주가 상승으로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하지만 세 번째 화살인 성장전략을 놓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 11월 ‘향후 경제·재정 동향 점검 회의’에 참석해 아베 총리에게 정책 조언을 한 일본의 대표 경제학자 두 명을 24일 만나 아베노믹스와 일본 경제에 대해 들어봤다.
‘세 번째 화살’ 성장 전략
적극적 이민정책 필요
취업비자 年 5만은 돼야
후카오 미쓰히로 게이오대 교수는 “아베 신조 총리의 2% 성장 목표는 절대 무리”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베노믹스에 대해 “성장을 이끌 세 번째 화살이 문제”라며 “‘성장전략’의 핵심은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할 적극적인 이민정책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가 선거에서 압승하고 3차 내각이 출범했다.
“압승? 무슨 압승인가. 자민당 의석은 줄었다. 대신 연립여당인 공명당이 크게 늘었다. 일본 언론에서 압승이라고 하는데 잘못된 해석이다. 3차 아베 내각이 출범한 이상 일본은 경제정책 측면에서 지난 2년과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일본 경제가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했는데.
“2014년도(2014년 4월~2015년 3월)는 0~-1% 성장할 것이다. 하지만 내년도는 플러스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일본 경제의 잠재 성장률은 0.5% 정도다. 이 같은 잠재성장률 수준을 볼 때 아베 총리의 2% 성장 목표는 절대 무리다.”
▶아베노믹스는 무엇인 문제인가.
“첫 번째(대규모 금융완화), 두 번째(재정지출 확대) 화살은 좋았다. 문제는 세 번째 화살이다. 가장 중요한 개혁이 안 되고 있다. 2% 성장은 무리지만 0.5% 성장은 가능하다.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현재 일본 합계출산율(한 여성이 평생 낳는 자녀 수)은 1.4명이다. 두 세대(60~70년)가 지나면 절반으로 줄어든다.”
▶상대적으로 인구문제는 크게 다뤄지지 않고 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을 안 하고 있다. 별로 인기가 없는 정책이다. 일본의 연간 이민자는 3만명 정도다. 당장 취업비자 발급을 연간 5만명 정도로 늘려야 한다. 이들이 아내나 자식을 데리고 오면 연간 10만명가량 이민이 늘 수 있다. 지금 일본 스모업계는 외국인 선수가 없으면 망한다. 가장 전통적인 스모판조차 몽골 출신이 대부분인데….”
▶2차 내각 때 엔화 가치가 40% 이상 떨어졌다.
“앞 으로 큰 폭의 엔화 약세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실질실효환율을 볼 때 이미 과거 최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제품 수출은 크게 늘지 않지만 방일 관광객 유입으로 사실상 서비스 수출은 증가하고 있다. 달러당 130엔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는 투자은행도 있지만 전혀 의미 없다. 청중이 있기 때문에 말하는 것일 뿐 논리는 어떻게든 만들 수 있다.”
▶소비세 인상이 1년6개월 늦춰졌는데.
“소 비세 인상을 미룬 건 잘못한 정책이다. 소비세를 추가로 올릴 때 일시적으로 경기가 안 좋아질 순 있다. 하지만 현재 고용이 나쁘지 않다. 기업 실적도 좋다. 이런 상황이라면 추가 증세를 해도 경제가 무너지는 일은 없다. 내년 10월 증세를 하기로 했다면 한 번 더 ‘앞당겨 쓰기’(증세 전 가수요)가 나올 수 있다. 소비세 추가 인상의 부정적 영향은 없어졌지만 정부의 사회보장비 지출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결국 경기에는 별 영향이 없고 재정만 조금 나빠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일본 국채 금리의 급등 가능성은 없나.
“일 본 경제가 디플레이션에서 완전히 빠져나오기 전까지 국채 금리 급등은 없을 것이다. 만약 있어도 실제 리스크는 거의 없다. 장기 국채 발행이 힘들어질 경우 정부가 단기 국채를 발행하고 일본은행이 사들이면 된다. 하지만 아베노믹스가 성공할 경우가 무섭다. 디플레이션을 탈피하면 금리가 급격히 올라가고 정부의 이자 부담이 커지게 된다.”
▶내년 세계 경제에서 주목할 부분은.
“중국이 걱정된다. 중국 지방도시 부동산가격은 이미 큰 폭으로 하락했다. 대도시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내려가고 있다. 중국 내 은행 부문의 불량 채권 확대도 불안 요인이다. 이재상품의 불량 채권화 가능성이 있다. 경착륙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히 힘든 상황을 맞을 수 있다.”
후카오 교수는…
국제금융을 포함, 거시경제 전반에 걸쳐 실무와 이론을 겸비한 대표적 경제학자다. 교토대 공학부를 졸업하고 일본은행 이코노미스트를 지냈다. 미국 미시간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일본 경제기획청 상임경제학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이코노미스트를 거쳤다. 1997년부터 게이오대 상학부 교수로 있으면서 노다 내각의 소비세 증세 정책안 마련에 이론적 근거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5년부터 2010년까지 민간 싱크탱크인 일본경제연구센터(JCER) 이사장을 맡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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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독주’ 당분간 계속
내년 달러당 130엔 가능성
신흥국 고난의 시대 될 것
이토 모토시게 도쿄대 교수는 “지난 2년간 아베노믹스의 성과를 성장전략으로 계속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난 10년여간 굳어진 디플레이션 심리를 해소하는 것이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신조 내각에서 일본재건부흥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는 “세계 경제에서 미국의 독주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고 신흥국은 고난의 시대를 맞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 집권 2년이 지났다.
“아베 내각이 내놓은 정책 중 충분히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기업 실적에 비해 투자는 좋지 않다. 가계측면에서도 실업률(3.6%)은 낮고 임금도 점점 올라가고 있지만 소비가 약하다. 지난 10년여간 디플레이션이 고착화된 탓이다. 이런 심리를 어떻게 해소할지가 앞으로 아베 내각 정책 성공의 열쇠다. 3차 내각에서는 아베노믹스를 더 가속화할 것이다.”
▶최근 아베노믹스에 대해 회의론이 늘고 있다.
“올 들어 아베노믹스에 의문을 가지는 사람이 많아졌다. 하지만 지난 2년간 고용이 개선되고 기업 이익도 늘었으며 물가도 디플레이션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 아베노믹스가 분명 성과를 내고 있다는 의미다. 이것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앞으로도 어려운 과제가 많지만 아베 내각은 고이즈미 때와 비슷하게 ‘파워풀’하다. 그런 정치적 힘이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아베노믹스의 과제는 무엇인가.
“가장 부족한 부분이 성장전략이다. 노동시장 개혁과 국가전략 특구 설치, 여성 고용 확대 등 여러 가지 정책을 내놨지만 아직 제대로 실행이 안 되고 있다. 이를 어떻게 할지가 중요한 부분이다. 노동시장을 개혁하려면 노동조합의 저항이 있을 수 있다. 금융완화 같은 건 일본은행과 연계해 바로 할 수 있지만 이견이 있을 수 있는 성장전략을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있다.”
▶내년 엔화가 달러당 130엔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현 기세로는 달러당 130엔도 가능해 보인다. 실질실효환율상으로는 엔화가 저평가돼 있지만 명목상 200엔도 경험한 적이 있다. 다만 국제 유가가 하락하고 있고, 일본 경제가 성장하면 다시 엔고로 갈 수 있다. 시기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올 것 같다.”
▶최근 국내총생산(GDP)과 달리 일본 증시는 상승세다.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우선 기업 이익이 크게 증가했다. 이런 실적 호전이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 두 번째는 디플레이션 탈피와 관련이 있다. 일본은행이 ‘2% 물가 상승’ 목표를 달성하면 은행에 예금으로 맡겨둘 경우 가만히 앉아서 손해를 보게 된다. 1600조엔에 이르는 금융자산이 어느 정도 주식시장이나 투자상품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 ”
▶소비세 인상 지연으로 재정건전성에 문제는 없나.
“1년 반 늦춘 것이 재정건전성 측면에서 마이너스 요인이다. 하지만 일본의 재정 건전화를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를 동시에 해야 한다.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이 세출 억제다. 고령화로 인해 사회보장비 지출이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세수 확대를 위해 경제 성장을 어느 정도까지 끌어올리느냐다. 세 번째가 세금 인상이다.”
▶세계 경제에서 미국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독주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미국에 여러 가지 순풍이 불고 있다. 셰일가스 혁명이 대표적이다. 중화학 공업 등 제조업체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이민 등으로 인구도 늘고 있다. 앞으로는 신흥국 수난 시대다. 중국의 성장률이 낮아지고 브라질 러시아도 힘들 것이다. 유럽도 2~3년 후에는 과거 위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토 교수는…
비즈니스 현장에서 살아있는 경제를 연구하는 ‘행동하는 경제학자’로 유명하다. 아베 신조 총리의 경제재정자문회의 민간 위원으로 일본재건부흥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다. 내년 1월 자문회의 위원 임기가 끝나지만 아베 총리는 지난 22일 일찌감치 이토 교수의 연임을 결정했다. 1974년 도쿄대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미국 로체스터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하버드대와 휴스턴대 교환교수 등을 거쳐 1993년부터 도쿄대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오부치 내각에서 ‘경제전략회의’, 모리 내각에선 ‘IT전략회의’ 위원을 지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