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장서 1200㎞ 달려온 물줄기, 베이징 식수원으로
지난 27일 오후 베이징시 남부에 있는 호수 퇀청후(團城湖)의 인공수로에 물이 흘러들어왔다. 12일 중국 남부 후베이성 창장(長江·양쯔강) 인근 단장커우(丹江口) 저수지의 댐 수문을 연 이후 보름간 약 1200㎞를 달려온 물이었다. 마오쩌둥(毛澤東) 전 중국 국가주석이 1952년 처음 제기한 ‘남수북조(南水北調)’(남부 지방의 물을 끌어다 북부 지방에서 쓴다) 아이디어가 62년 만에 현실이 된 것이다. 남수북조 중선(中線) 1기 공정이 성공리에 마무리됨에 따라 2000만 베이징 시민은 연간 10억5000만㎥의 물을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물 공급 역할을 하는 남부지방의 강우량이 매년 감소 추세를 보이는 데다 소득수준 향상으로 물 소비량이 갈수록 늘고 있어 남수북조 사업이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 북부지역 물 부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진 못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마오쩌둥의 꿈 60여년 만에 실현

중국 정부와 베이징시는 이날 국무원 남수북조 프로젝트팀의 어징핑 주임과 왕안순 베이징 시장이 참석한 가운데 통수(通水) 기념행사를 대대적으로 열었다. 어 주임과 왕 시장은 남수북조 사업의 3개 노선 중 하나인 중선 1기 공정의 완성과 함께 통수가 정식으로 이뤄졌음을 선포했다.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 북부지역은 전체 인구의 절반가량이 거주하고 있지만 물 공급량은 중국 전체 공급량의 20%에 불과하다. 이번 중선 1기 공정 성공으로 베이징은 연간 10억5000만㎥의 물을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베이징의 시민 한 명이 연간 소비할 수 있는 물이 50㎥가량 늘어나는 셈이다.

마오 전 주석이 남수북조 사업 아이디어를 제시한 직후 중국 정부는 즉각 사업 타당성 검토에 착수했다. 하지만 당시 중국의 기술력과 자본력으로 무리라는 결론이 나왔다. 그로부터 50년 후인 2002년 당시 국가주석인 장쩌민이 사업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사업은 동선(東線), 중선(中線), 서선(西線) 세 갈래로 진행됐다. 이 중 창장 하류 장쑤성 장두시의 물을 산둥반도 웨이하이까지 공급하는 1467㎞의 동선 1기 공정은 지난해 12월 완공됐다. 창장 상류의 물을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등으로 옮기는 서선은 아직 공사를 시작하지 못했다.

◆수질오염·남부지방 가뭄 등 한계

2050년께 전체 공사가 완공될 예정인 남수북조 사업은 총 5000억위안(약 88조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신중국 건국 이래 최대 토목공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때문에 사업 진행 과정에서 적잖은 비판과 우려도 제기됐다. 우선 이번 중선 1기 공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총 33만명가량이 강제로 이주해야 했다. 중선의 수원(水源)에 해당하는 단장커우저수지의 수질 오염으로 베이징 시민이 음용수로 쓰기에는 부적합하다는 우려도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에 중국 정부는 80억위안을 투자해 174개 하수처리시설을 건립했고, 단장커우 저수지 주변 지역에 있던 1000개의 공장을 폐쇄했다. 물 공급 역할을 담당하는 남부지역 강수량이 최근 몇 년 새 꾸준히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 역시 남수북조사업의 한계점으로 지적됐다.

해외 전문가들은 남수북조 사업이 베이징시의 물 부족을 근본적으로 해소하진 못할 것이란 의견을 제시한다. 지난해 베이징의 연간 물 소비량은 36억㎥인 데 비해 공급량은 21억㎥에 그쳤다. 이미 15억㎥가 부족한데, 문제는 소득수준 향상으로 시민의 물 소비량이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브릿 크로 포틀랜드주립대 지질학과 교수는 “공급 증가에만 의존하는 해결책은 한계가 있다”며 “전 세계 평균 대비 지나치게 낮은 수도요금을 인상하는 등 수요 억제정책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남쪽에서 보낸 물을 북쪽에서 낭비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일각에선 이번 중선 물길의 유속이 느리며, 진흙이 바닥에 쌓이고, 결빙이 잦다는 문제를 제기했지만 중국 공정원이 나서 과학적 근거가 없는 비판이라고 일축하기도 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