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혁명’이 프랑스를 망쳤다는 주장을 담은 책이 프랑스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르 피가로 논설위원을 지낸 에리크 제무르가 쓴 《프랑스의 자살》이 출간 3개월 만에 40만부가 넘게 팔려 나갔다고 한다. 68혁명은 1960년대 유럽사회에서 퍼져가던 사회주의 좌파 사상이 1968년 5월 파리 주요대학에서 대학생들의 시위를 통해 분출된 사건이다. 서구의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에 끼친 영향이 크기 때문에 ‘혁명’이란 이름이 붙었다.

당시 학생들은 소위 3M을 외치며 기득권에 맞섰다. 3M이란 마르크스, 마르쿠제, 마오쩌둥이다. 평등사회를 지향하는 이념적 탁류의 세계적 범람이었다. 이 이념적 탁류는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좌편향 세계관으로부터 유래한 것이었다. 근대화 이후 인류문명의 진보를 계몽의 일탈로 규정한 프랑크푸르트 학파는 일체의 기존체제를 부정하는 20세기 좌익이데올로기의 정치적 물결을 만들어냈다.

당시 학생들이 애용하던 구호가 ‘절대 일하지 말라’였다. 소르본대학, 르네 데카르트대학 등이 사라지고 그 대신 파리4대학, 5대학 등으로 이름까지 바뀌었다. 이런 사회가 제대로 될 리 없다. 프랑스는 서서히 침몰해갔고 최근 들어 그 속도가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는 1997년 이후 줄어들기 시작했고 2005년 적자를 기록한 이후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실업률은 유럽 주요국 가운데 이탈리아 그리스를 제외하고 가장 높아 10.4%(2014년 3분기)나 된다. 350만명에 육박하는 실업자들이 거리를 배회하고 있다. 이때문에 프랑스의 침몰이 단순한 경기적 요소가 아니라는 반성이 일어나게 된것이다.

68혁명에 대한 반성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2007년 취임 당시 “68혁명의 관 뚜껑에 못을 박겠다”며 ‘더 일하고, 더 벌자’는 구호를 걸기도 했다. 그는 “과도한 평등주의 사상으로 자본주의의 도덕적 가치가 훼손됐고 시민정신도 손상됐다”고 의욕을 불태웠지만 프랑스의 추락을 막지는 못했다.

한국도 ‘87체제’ 이후 프랑스 못지않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노동이 정치세력화하는 역주행도 그때 시작됐다. 헌법 119조2항 경제민주화 조항이 들어간 것도 1987년 헌법개정 때다. 이후 정치세력들이 경쟁하듯 무상복지 등 포퓰리즘 정책을 내놓았고 공짜타령을 하는 국민도 늘었다. 종북세력들이 큰소리치며 정치권으로 들어온 것도 87체제의 결과다. 비록 민주화의 가치가 있다하더라도 이제 87체제에 대한 체계적 반성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