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회갑(回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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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한 번 돈 '육십갑자' 인생
새해, 그저 하루하루 충만하기를
김주하 < 농협은행장 jhjudang@nonghyup.com >
새해, 그저 하루하루 충만하기를
김주하 < 농협은행장 jhjudang@nonghyup.com >
갑오년이 저물어간다. 어느 해인들 사건사고가 없었겠는가만, 유난히 시끄럽고 가슴 아픈 일이 많은 한 해였던 것 같다. 이제 며칠 후면 새로운 희망의 을미(乙未)년 양띠 해가 밝는다. 그런데 문득 내가 을미생(乙未生)이라는 사실에 가슴이 서늘하다. 육십갑자(六十甲子)를 한 바퀴 돌아 자신이 태어난 해가 다시 오는 것이 회갑(回甲)이니, 꼼짝없이 나도 내년이면 회갑을 맞게 된다.
육십갑자란 ‘천간(天干)’이라 불리는 ‘갑, 을, 병, 정, 무, 기, 경, 신, 임, 계’의 10간과, ‘지지(地支)’라 불리는 ‘자, 축, 인, 묘, 진, 사, 오, 미, 신, 유, 술, 해’의 12지를 한 글자씩 차례대로 조합한 60개의 간지(干支)를 말한다. 그 유래는 정확하지 않으나 약 3000년 전 고대 중국 왕조에서 날짜를 세기 위해 사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육십갑자의 준말이 육갑인데 ‘육갑하다’라는 표현이 제 인생도 못 가누면서 남의 사주를 본다며 육십갑자를 논하는 것을 비꼬아 생긴 말이라니 흥미롭다.
어쨌든 내 어릴 적만 해도 회갑까지 살아 있는 것 자체가 축복이었다. 회갑을 맞으면 마을잔치까지 벌였지만 지금은 회갑잔치 한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그만큼 사람의 수명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100세 시대라는데, 나도 줄잡아 30년은 더 산다고 생각해 보니 괜히 마음이 초조해진다. 지나온 60년이 어머니 품에서의 수유기와 학교 교육 등의 준비 단계를 거쳐, 직장에서는 말단부터 차근차근 쌓아 올라온 삶이었다면 앞으로의 30년은 준비 단계 없이 이제껏 쌓아 왔던 것들을 뭉텅뭉텅 떼어내가며 살아야 하는 불확실한 시간이 아닐까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사람살이라는 것이 해 뜨면 일하고 해 지면 잠자리에 드는 하루의 연속이고, 한 달의 이음, 일 년의 반복인데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특별히 의미를 부여하는 것 자체가 어쩌면 지나친 걱정이고 억지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신년이니 회갑이니 하는 것들이 모두 사람이 임의로 그어 놓은 경계선에 불과할 뿐, 그런 경계선에 즈음하여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삶을 계획하는 수준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것이 옳지 않을까. 괜한 상념에 빠지기보다 연말 마무리를 알차게 하고, 다가오는 새해 하루하루가 노력과 열정으로 충만하기를 소망하면서 오늘 밤도 내일을 위해 잠자리에 든다.
김주하 < 농협은행장 jhjudang@nonghyup.com >
육십갑자란 ‘천간(天干)’이라 불리는 ‘갑, 을, 병, 정, 무, 기, 경, 신, 임, 계’의 10간과, ‘지지(地支)’라 불리는 ‘자, 축, 인, 묘, 진, 사, 오, 미, 신, 유, 술, 해’의 12지를 한 글자씩 차례대로 조합한 60개의 간지(干支)를 말한다. 그 유래는 정확하지 않으나 약 3000년 전 고대 중국 왕조에서 날짜를 세기 위해 사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육십갑자의 준말이 육갑인데 ‘육갑하다’라는 표현이 제 인생도 못 가누면서 남의 사주를 본다며 육십갑자를 논하는 것을 비꼬아 생긴 말이라니 흥미롭다.
어쨌든 내 어릴 적만 해도 회갑까지 살아 있는 것 자체가 축복이었다. 회갑을 맞으면 마을잔치까지 벌였지만 지금은 회갑잔치 한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그만큼 사람의 수명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100세 시대라는데, 나도 줄잡아 30년은 더 산다고 생각해 보니 괜히 마음이 초조해진다. 지나온 60년이 어머니 품에서의 수유기와 학교 교육 등의 준비 단계를 거쳐, 직장에서는 말단부터 차근차근 쌓아 올라온 삶이었다면 앞으로의 30년은 준비 단계 없이 이제껏 쌓아 왔던 것들을 뭉텅뭉텅 떼어내가며 살아야 하는 불확실한 시간이 아닐까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사람살이라는 것이 해 뜨면 일하고 해 지면 잠자리에 드는 하루의 연속이고, 한 달의 이음, 일 년의 반복인데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특별히 의미를 부여하는 것 자체가 어쩌면 지나친 걱정이고 억지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신년이니 회갑이니 하는 것들이 모두 사람이 임의로 그어 놓은 경계선에 불과할 뿐, 그런 경계선에 즈음하여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삶을 계획하는 수준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것이 옳지 않을까. 괜한 상념에 빠지기보다 연말 마무리를 알차게 하고, 다가오는 새해 하루하루가 노력과 열정으로 충만하기를 소망하면서 오늘 밤도 내일을 위해 잠자리에 든다.
김주하 < 농협은행장 jhjudang@nonghyu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