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화장’을 지운 배당주의 본얼굴이 드러났다. 29일은 배당금을 받을 권리가 없어진 배당락일이다. 이날은 통상 고배당주의 주가 하락폭이 크다. 배당을 겨냥해 투자한 자금이 빠져나가고, 주식배당을 한 경우엔 배당 전후의 시가총액을 일치시키기 위해 인위적으로 주가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배당주 간 희비가 엇갈렸다. 내년 실적 전망이 좋은 종목은 배당락과 관계없이 강세를 보였다. 배당 매력뿐 아니라 향후 주가 상승 가능성에 무게가 더해진 덕분이다.
배당락일 드러난 배당株의 '민낯'
○고배당주도 고배당주 나름

엔씨소프트는 이날 0.28% 오른 18만원에 장을 마쳤다. 아이마켓코리아는 0.87%, 윌비스도 1.2% 상승했다. 올해 현금 배당 확대를 발표한 종목들이다. 지난해 보통주 1주당 600원을 배당한 엔씨소프트는 올해 다섯 배가 넘는 3430원을, 250원이었던 아이마켓코리아는 두 배인 500원을 배당하기로 했다. 지난해 배당이 없었던 윌비스는 올해 주당 20원 배당을 결정했다.

장희종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배당 증가를 빨리 알린 기업들의 4분기 실적이 좋았던 경우가 많았다”며 “배당 증가는 탄탄한 실적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에 실적 호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 고배당주들도 희비가 엇갈렸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추정한 올해 배당수익률 상위 종목 중 두산(-7.89%) 우리은행(-6.82%) 하이트진로(-6.22%) 이수화학(-5.18%) 등은 이날 하루 5% 이상 크게 떨어졌다. 반면 알짜 중소형 증권사인 메리츠종금증권(1.3%)과 올해 실적 개선이 두드러졌던 화천기공(1.09%)은 배당락일에도 상승했다. 안정적인 내수주로 꼽히는 도시가스회사 예스코(-1.1%)와 중국 수요를 기반으로 한 성장주 한미반도체(-1.5%)도 1%대 하락률로 선방했다. 유의형 동부증권 연구원은 “중국 대만으로부터의 반도체, LED(발광다이오드) 등 장비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며 “한미반도체 내년 매출은 올해 대비 9.7% 늘어난 3398억원, 영업이익은 22.1% 증가한 558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배당락 영향은 일시적

이날 코스피지수는 외국인(1193억원)과 기관(1667억원)의 동반 매도에 1.04% 하락한 1927.86에 마감했다. 그러나 올해 현금배당을 감안, 시가총액을 줄여 산출한 지수(현금배당락지수) 1927.04보다는 소폭 높았다. 시장이 강보합세로 마감됐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배당락은 예고된 일정인 만큼 주가에 지속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지난 2년간은 ‘산타 랠리’로 불리는 연말 효과에 신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로 배당락일에도 코스피지수가 상승했다.

염동찬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배당락일엔 단기적으로 주가가 떨어질 수 있지만 마지막 거래일까지 진행되는 쇼트커버링(주식을 빌려 매도했다가 다시 시장에서 주식을 사들이는 것)으로 반등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특히 외국인은 연말과 연초에 주식을 순매수하는 패턴을 보여온 만큼 내년 초반까지 수급 환경은 양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