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토중래 꿈꾸는 女골프 '잊혀진 별들'
최혜용(24)은 2008년 KLPGA투어 시즌 2승을 거두고 상금랭킹 4위에 올라 현 세계 랭킹 7위 유소연(24·하나금융그룹)을 제치고 신인왕을 차지한 유망주였다. 그러나 지난해 상금랭킹 62위로 처져 시드를 잃은 뒤 2년 연속 시드전마저 통과하지 못해 내년에도 1부투어에 나갈 수 없다.

하지만 최혜용은 2주 전 열린 2015 시즌 KLPGA투어 개막전 현대차중국여자오픈에 2008년 우승자 자격으로 참가해 마지막 날 ‘데일리 베스트’인 8언더파 64타를 몰아치며 자신감을 얻었다. 비록 2부투어에서 내년 시즌을 보내지만 포기하지 않고 1부투어 복귀를 노리고 있다.

최혜용처럼 한때 톱랭커였다가 슬럼프에 빠져 절치부심하는 선수가 적지 않다. 승부의 세계는 냉혹하다. 아무리 화려하게 조명받았던 선수라도 성적이 받쳐주지 않으면 퇴출 위기에 몰리기 십상이다. 2부투어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상금이 확 줄고 후원도 중단돼 생계마저 위협받기도 한다. 하지만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며 권토중래(捲土重來)를 꿈꾸는 선수들의 의지만큼은 우승감이다.
권토중래 꿈꾸는 女골프 '잊혀진 별들'
○KLPGA 2부투어의 도전자들

양제윤(22)은 2012년 시즌 2승을 올리며 KLPGA투어 대상을 받았다. 그러나 올해 24개 대회에 출전해 한 차례 ‘톱10’에 들고 10차례 커트탈락하며 상금랭킹 61위에 그쳤다. 특별한 부상은 없었지만 팬들의 지나친 관심에 부담을 느끼면서 슬럼프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제윤은 내년에도 상금 50위권 밖으로 밀리면 시드전으로 내려가야 한다.

2011년 상금 2위였던 심현화(25)는 올해 상금 81위에 그쳤다. 3년 연속 상금 50위권 밖으로 벗어났다. 우승자에게 주는 3년 시드 혜택도 올해로 종료돼 시드전을 치러야 했다. 그나마 시드전에서 107위에 그치며 내년 1부투어에서 밀려났다. 초등학교 5학년 때 국가대표 상비군에 발탁됐을 만큼 재능을 보인 심현화에겐 2015년이 골프 입문 이후 가장 혹독한 시기가 될 전망이다. 2007년 상금 5위에 올랐던 조영란(27)은 올해 데뷔 후 처음으로 시드전을 치렀다. 결과는 98위로 탈락. 데뷔 9년 만에 2부투어로 내려간 조영란은 신인으로 돌아간 마음으로 새 출발을 다짐하고 있다.

○김송희 김주연 美 투어서 재기 노려

미국 LPGA투어에서도 재도약을 노리는 선수들이 있다. 2005년 US여자오픈 챔피언 김주연(33)은 10년째 두 번째 우승컵에 도전하고 있다. 이달 초 열린 LPGA Q스쿨에서 64위에 그치며 1부투어 복귀에 실패한 김주연은 “줄리 잉스터처럼 50세가 넘도록 선수생활을 계속할 것”이라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김송희(26)는 ‘세리 키즈 1세대’로 불리는 1988년생 동갑내기 박인비, 신지애, 최나연, 김하늘, 이보미 등과 동급의 실력파였다. 2006년 미 LPGA 2부투어에서 5승을 거두며 상금왕에 올랐던 김송희는 1부투어에서도 2008년 상금 14위, 2009년 11위, 2010년 8위 등 꾸준한 성적을 냈다. 그러나 2012년 상금 145위, 2013년 139위로 추락했고 올해는 Q스쿨 예선도 통과하지 못했다. 그동안 등 부상의 여파로 고전한 김송희는 좌절을 딛고 다시 도전에 나선다는 각오다.

루키였던 2005년 미 LPGA투어 CJ나인브릿지클래식(현 하나·외환챔피언십)에서 깜짝 우승하며 ‘미국 직행 티켓’을 거머쥔 이지영(29)도 잊힌 스타다. 270야드가 넘는 장타로 유명한 이지영은 9년이 넘도록 우승컵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올해 상금랭킹 101위에 그쳤지만 칼날을 다시 갈며 재기를 꿈꾸고 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